2024.05.03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복제품은 예술이 될 수 있는가?’…수원시립미술관 2024 소장품 상설전 ‘세컨드 임팩트’

‘원본과 복제의 관계’... 복제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2025년 3월 3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원본과 복제의 관계를 조명하는 2024 소장품 상설전 ‘세컨드 임팩트’가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수원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이용해 미술에서 중요한 원본과 복제품, 2차적 저작물 개념에 대해 이해하는 자리다. 사진이 논란을 거쳐 지금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받은 것처럼 ‘과연 복제품을 예술작품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예술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전시엔 소장품과 소장품의 복제품, 2차적 저작물이 전시된다. 작품을 감상하기만 하는 기존 전시와는 다르게 참여자들이 직접 미술품을 체험해보며 원본과 복제의 개념을 체득할 수 있다.

 

 

 

첫 번째 주제는 원저작물과 복제물,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이해다.

이명호(b.1975-)의 ‘문화유산 #3-서장대’(2015)와 이이남(b.1969-)의 ‘인왕제색도-사계’(2009)는 각각 ‘서장대’라는 건축저작물과 ‘인왕제색도’라는 미술저작물을 원작물로 활용해 제작한 2차적 저작물이다.

 

이와 같은 2차적 저작물은 ‘창작성’과 ‘원작자에 대한 허가’가 있다는 사실에서 복제물과 구분되는데, 별도의 저작권을 갖고 있어 또 다른 원저작물이 된다. 원작자에게 허가 받지 않는 경우 무단 도용, 또는 저작권 침해로써 처벌과 배상의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주제는 ‘맹점’ 형성이다.

형상과 단편적인 인상으로만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에게 겉모습에 대한 둔감화로 이미지 너머의 것을 관람하게 하는 방식이다. 관람객의 작품별 관람 시간이 15초~30초라는 2014년 뉴욕타임스 보도에 착안해 만든 섹션이다.

 

 

홍순모(b.1949-) 작가의 조각 작품 ‘나의 죄악을 씻으시며’(1990) 거대한 인형탈(에어수트)로 관람객을 마주한다. 조각의 형태와 색에서 고안한 인형탈은 원작의 이미지를 먼저 전한다. 관람객은 인형탈 안에 직접 들어가 작품을 느껴볼 수 있는데, 체험 후 만나게 되는 원작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다. 작가가 선택한 자세나 질감, 물성 등 의도를 알 수 있다.

 

세 번째 주제는 ‘예술로서의 사진’이다.

김경태(b.1983-)의 사진 작품 ‘서북공심돈’은 자료와 예술의 경계에 대해 질문한다. 관람객은 모니터에 비춰진 사진을 확대해보며 작가가 찍은 서북공심돈과 비교한다. 이때 자료와 예술의 차이를 물으며 복제물이 원본이 될 수 있는지 생각한다.

 

 

네 번째 주제는 기능적 저작물과 복제물, 원저작물 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본다.

유의정(b.1981-)의 ‘액체시대’(2014) 작품을 통해 3D 출력물과 이를 만들기 위한 3D데이터의 복원성, 정확도, 의미에 따른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화성의궤’에 따라 만들어지는 화성은 원본이라고 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한다.

 

 

이외에도 전시관 1층엔 배형경(b.1955-)의 ‘벽·인간 1’, ‘벽·인간3’(2023)이 전시된다. 관람객은 작품 사이에 설치된 구조물에 올라서서 작품의 복제품이 되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승민 수원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작년에 나혜석 사진첩을 복원하고 영인본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진첩을 본래의 모양으로 만들까, 복구된 형태로 만들까 고민하는 선택의 순간이 있었다”며 “소장품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입장에서 원본과 복제에 대한 관계성을 정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이런 관계성을 정립한 이후에도 작품을 보관·활용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단서가 될 것 같았다.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술에 있어 원본과 복제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고 예술의 본질을 찾는 ‘세컨드 임팩트’는 2025년 3월 3일까지 계속된다. 10월 1일부터 시작되는 2부에서는 한애규(b.1953-) 작가의 ‘지모신’(1993)과 안성석(b.1985-) 작가의 ‘역사적 현재 002’, ‘역사적 현재 004’(2010), 심영철(b.1957-)작가의 ‘빗의 단계적 표상’(1983)이 전시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