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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느끼는 미술관…‘MMCA 과천프로젝트 2023: 연결’

옥상정원, 원형정원, 동그라미 쉼터 연결하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의 프로젝트
하늘과 정원의 식물들, 드로잉과 그래픽으로 자연 속 미술관 느낄 수 있어
10월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미술관이 옥상에선 관악산과 청계산을 마주하고, 창문엔 하늘에서 날아든 나비가 내려앉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단양쑥부쟁이, 배초향, 낙지다리, 섬개야광나무, 한라부추, 연지골무꽃 등은 원형정원에서 저마다의 생명력을 뽐내며 자연의 푸르름을 전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미술관의 ‘원형구역’을 연결하는 프로젝트 ‘MMCA 과천프로젝트 2023: 연결’이 열리고 있다. 2층의 원형정원과 동그라미 쉼터, 3층의 옥상정원을 연결해 미술관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경험하도록 만든 프로젝트다. 드로잉 작가 수연과 엄유정, 음악비평가 김호경, 시인 박세미, 음악감독 정승현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원형정원엔 200여 점이 넘는 식물이 심어져 있고, 원형정원을 둘러싼 실내 동그라미 쉼터엔 그 식물 정보를 시각 언어로 재해석한 드로잉, 그래픽 등이 전시돼 있다. 또 미술관 전용 음악이 흘러나와 옥상 위 하늘까지 하나의 예술 공간으로 연결했다.

 

 

우선 2층 원형정원엔 ‘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가 열린다. 자연과 조화하는 예술형식인 ‘정원’을 소개하기 위해 2년에 걸쳐 과천의 식생과 자연환경을 담아낸다. 청계산과 관악산에 서식하는 계수나무, 명자나무, 아스라지, 배초향, 털댕강나무 등은 미술관 안에서 바람과 일조량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며 탄생과 소멸을 거듭한다.

 

프로젝트 이름 ‘원형정원 프로젝트;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는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가 한국 전역 하천가에서 자생하는 ‘달뿌리풀’의 이름에서 가져온 것이다. 미술관의 원형 정원이 식물의 물관과 비슷하다는 데 착안해 식물처럼 하늘의 달을 지탱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미술관 기둥을 빙 둘러싼 원형정원엔 식물들이 고스란히 하늘의 비·바람·햇빛을 맞으며 자라고 있고 이들은 한반도에서 자생한 식물군으로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된 원초적 상태를 띤다. 우리 땅의 일부를 재현해 종의 보존과 우리의 유전자원의 가치를 얘기한다.

 

최종적으로 이들 식물군이 새와 곤충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나비의 산란 장소가 되면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공간으로써, 순환하는 자연을 나타낸다. 정원이라는 인간이 만든 인공적인 공간에 자연을 재현해 인간과 자연, 삶과 예술을 이어주는 공생의 장소가 된다.

 

 

원형정원을 둘러싼 2층 실내 동그라미 쉼터는 원형정원의 모습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볼 수 있는 장소다. 통 유리를 통해 원형정원을 볼 수 있어 햇빛이 쏟아지는 창가에 기대 시집을 보거나 그림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토양을 연상시키는 흙색 바닥이 편안함을 주며 원형정원의 식물들을 그린 드로잉이 자연을 소재로 한 예술을 보여준다.

 

‘달뿌리’, ‘해프닝’, ‘두 개의 판’, ‘바람처럼 유영하듯이’ 등의 작품들은 식물과 자연으로부터 출발한 동화적이고 감각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으며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드로잉과 그래픽이 미술관에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더한다.

 

 

탁 트인 옥상에서 과천의 하늘과 산, 호수를 바라보며 햇빛과 바람을 느끼고 원초적 생명력을 지닌 식물들 사이에서 천천히 흘러가는 미술관의 시간을 경함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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