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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비평] 출입기자 만찬과 국민의 알권리


얼마전 한국언론의 문제를 극명하게 드러낸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지난 5월 24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대통령의 저녁초대’라는 대통령실 출입기자 만찬행사를 전하는 기사였다. 200여명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참여했다. 한국일보 출신 정진석 비서실장과 서울신문 출신 이도운 홍보수석을 비롯해 대통령실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대중은 언론이란 거울을 통해 세상사를 파악한다. 그래서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이다. 언론이 어떤 사안을 부각하는 정도와 대중이 느끼는 중요성은 대체로 비례한다. 때때로 의도적으로 중대 현안을 차순위로 밀어내거나 다른 모습으로 비치도록 정교하게 조작하는 일도 벌어진다. 언론은 보도하는 것은 물론 보도하지 않아 그 힘을 행사하기도 한다.


정치권력은 이런 언론 생리를 어느 집단보다 잘 안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거나 곤궁한 국면을 헤쳐가는 방편으로 해당 부처를 담당하는 출입기자단을 활용해 이벤트를 만들기도 한다. 대통령이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찌개를 기자들에게 퍼주고, 계란말이를 하는 모습을 거의 모든 언론이 보도했다. ‘앞치마’ ‘김치찌개’ ‘계란말이’라는 단어를 집중 부각했다. 대통령이 기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언론도 많았다. 


대통령의 소탈한 이미지를 마음껏 연출하는 데 언론이 큰 공을 세웠다. 당선인 시절 약속했던 식사 초대 약속도 지켰다는 이미지를 심은 건 덤이었다. 대통령실 입장에선 성공한 홍보 이벤트였다. 


반면 언론은 전가의 보도처럼 들먹이던 국민의 알권리를 깡그리 뭉갰다. 만찬행사 당시는 채 상병 특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한 윗선이 어디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또 이날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던 정호성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비서관으로 임명돼 근무를 시작한 날이기도 했다. 김치찌개와 계란말이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날 행사에는 안동 한우와 완도 전복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공수된 국산 먹거리가 나왔다. 성찬에 기자들의 입은 막혔고, 현안 질문은 고기 굽는 숯불 연기 속으로 사라졌다. 


대통령이 박수를 받은 장면도 있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5명에 지나지 않던 ‘언론인 해외연수를 세자리 수로 늘려보라’고 홍보수석에게 지시하는 순간이었다. 문제는 극소수 언론사 외에는 해외연수를 1년간 보낼 언론인조차 없는 게 한국 언론의 현실이다.  


공짜 식사는 없다. 혜택을 주겠다는 대통령의 말에 박수로 화답하는 언론인 모습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언론통폐합을 단행하면서 연간 수십명씩 언론인 해외연수라는 당근으로 회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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