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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으로 바라본 세상…‘MMCA 사진 소장품전: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소장품 200여 점 전시…사진으로 바라본 도시와 사람, 사건
사진들을 통해 세상이 어떤 구조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주체적 파악
8월 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원형전시실

 

사진을 찍는 순간 세상은 포착되고 시간은 기억된다. 사진을 꺼내들었을 때 현재와 다른 과거를 마주하는 일은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MMCA 사진 소장품전: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가 열리고 있다. 사진을 통해 주체적으로 바라본 세상과 세상이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어디를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지 묻는다. 영화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속 주인공이 사진 한 장으로 과거를 회상하는 것에 착안해 미술관의 사진 소장품 200여 점을 꺼내 관객들을 과거로 데려간다.

 

전시는 크게 삶의 물리적 기반이 되는 도시를 보여주는 ‘눈앞에 다가온 도시’,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개인의 삶이 담긴 ‘흐르는 시간에서 이미지를 건져 올리는 법’, 그리고 그 역사를 가로지르는 사회적 사건들을 다룬 ‘당신의 시간은 지금 몇 시?’로 구성된다.

 

‘눈앞에 다가온 도시’는 도시화가 시작된 1950년대부터 현대인 2000년대까지 찍은 사진들로 시작한다. 한영수, 김경태, 강홍구, 박찬민 등의 작가가 기록한 도시는 생성과 확장, 고도화의 과정을 보여주며 주택과 아파트 속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 빽빽이 들어선 주택, 창문 없이 쌓아 올려진 아파트의 모습에서 과도한 개발에 대한 비판 의식도 들어있다.

 

 

특히 강홍구의 ‘사람의 집-프로세믹스 부산/ 안창 17’은 발전한 카메라 기술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가로 폭이 6m에 달하는 이 작품은 부산의 주택가를 담았는데, 고밀화된 도시 풍경과 매체 기술의 발전이 현대 사진이 도달한 위치를 나타낸다.

 

‘흐르는 시간에서 이미지를 건져 올리는 법’에서는 도시 속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같은 아파트 안에서 각자 다른 인테리어로 살아가는 가족들, 주거 공간의 생활용품과 인물의 옷차림, 헤어스타일을 피사체로 삶의 단면을 근경으로 담아낸다. 구본창, 강홍구, 전미숙, 정연두 작가는 우리의 삶과 시대, 시간의 연속성을 기록했다.

 

 

이강우 작가의 ‘길-속도-운명’은 1990년대 도시와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을 포착했다. 금요일 밤 지하철 안에서 무장 해제된 것처럼 입을 벌리고 곯아떨어진 사람들은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 거리의 계단이나 지하철 공간 같은 일상의 공간을 포착해온 작가가 이미지의 상징성을 이용해 프레임을 설계하고 언어와의 관계를 모색했다.

 

‘당신의 시간은 지금 몇 시?’는 도시와 사람들을 형성하는 사회적 사건들을 기록한 섹션이다. 한국 전쟁, 남북 분단, DMZ, 기무사, 매향리, 1997년 외환위기, 지구 온난화, 온산공단, 원자력 발전소, 후쿠시마 대지진 같은 사건들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정책을 만들며 삶의 지형을 변화시켰다. 사건들을 바라보는 사진이 직접적인지, 은유적인지 파악해본다.

 

 

한성필의 ‘그라운드 클라우드 034’는 프랑스의 노장-쉬르센(Nogent-sur-Seine)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소를 찍은 사진이다. 거대한 굴뚝에서 나오는 수증기는 거대한 구름 같은 모습을 띠며 원자력의 피상적 이해를 구체적 모습으로 변환하며 평화와 공존하는 공포를 담아낸다. 이런 풍경은 ‘현실적이지만 초현실적 미장센’으로 치환된다.

 

 

미술관의 사진 소장품이 과거를 소환해 도시화 과정, 그 속의 삶, 사회를 만들어갔던 사건들을 펼쳐놓는 이번 전시는 8월 4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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