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판한 정치인의 발언이 이만큼 논란이 될 줄은 예상 못 했던 일이다. 정치인이 언론을 싸잡아 비판하고 불만을 터트리는 것을 흔한 일처럼 생각했었던 건데 이번엔 효과와 대응이 사뭇 다르게 보인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 제3자 뇌물수수 의혹 보도를 두고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를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 입장은 동일한 사건을 두고 다른 판단을 내린 재판부의 판결이 있는데 언론이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이 대표의 발언을 옹호하고 나섰다. 검찰발 언론 보도의 문제를 공감하는 내용으로 출발했다. 한편 보통 명사가 된 ‘기레기’라는 표현을 쓰지 애완견이라고 높여주었냐는 말이 있었다. 애완견이 아니라면 스스로 감시견임을 증명하면 된다고 거드는 말도 있었다. 의도와 방식이 어찌 됐든 간에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말들은 언론에 대한 평가이기도 했지만, 지금 언론이 보도에 힘쓸 방향이 어디여야 하는가를 가리키는 것이기도 해서 논란을 확산했다.
언론 현업단체들은 이 대표와 일부 국회의원의 발언이 언론 혐오를 부추길 수 있는 데다가 언론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라며 우려를 표했다. 언론인에 대한 과도한 망언을 사과하라고 성명을 냈다. 내 맘에 들지 않는 언론을 적대적 언어로 모욕하는 일이 일상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런 형태가 궁극적으로 정치 혐오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이 대표가 뒤늦게 애완견에 해당하는 건 일부 언론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언론을 불신하고 언론에 대한 분노를 조장하려 했다는 인상은 쉽게 지워질 성질이 아닌 듯하다. ‘무작정’, ‘습관적으로’, ‘번지 틀린’ 뒤에 공통적으로 ‘언론 탓’을 붙여 되묻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를 짐작케 한다. 언론이 잘못을 안 했다는 것이 아니라 언론 전체를 싸잡아 자극적인 언어로 비판하는 것을 순수하게 두는 것은 언론 혐오를 방치하는 처사이기에 비판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언론을 비판할 때는 어디가 어떻게 문제인지 정확히 짚지 않으면 불필요한 논란이 커진다는 지적도 맞는 말이긴 하다. 비록 안에서는 아플지라도 언론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안팎의 비판을 감내하고 심지어 필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같은 말을 했다고 해서 모두 같은 결론에 이르는 것은 아니다. 언론 현업단체가 성명서에서 언급한 대로 현 정권의 언론 탄압을 비판하며 언론 자유를 지지한다고 강조해온 상황이 아니었다면, 또는 야당 대표 이재명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우리가 그렇게 말했다면 다른 이야기가 펼쳐질 수도 있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감시견이냐 애완견이냐 논쟁 따위가 덮어버리거나 가리는 것은 없는지, 언론 개혁 논의가 소홀해질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