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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예술맛보기] 모네의 '인상'에서 '수련'까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클로드 모네

 

한국인이 사랑하는 화가 3명을 꼽으라 하면, 고흐와 모네, 이 두 명은 반드시 포함된다. 나머지 한 명은 대답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사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마네, 밀레, 르누아르, 클림트, 샤갈, 피카소 중 한 명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인이 좋아하는 화가 대부분이 인상주의에 포진해 있다. 그 이유는 인상파의 그림이 빛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밝고 화사하면서도 부드럽고 환상적인 컬러를 보여주며,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풍경 그림이 많기 때문이다.

 

이 인상파의 문을 연 사람이 바로 클로드 모네이다. 1일 1작을 했다고 하는 모네의 그림은 셀 수 없이 많고, 그 작품들은 세계 여러 곳의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어 그 그림 하나만으로도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수많은 그의 작품 중 딱 두 점을 고르라면 '인상, 일출'과 '수련 연작'이다. 많은 사이트에 모네의 생애에 대한 정보가 많으므로 이 칼럼에서 그것은 생략하고 모네의 두 작품에 대해 초점을 맞춰 보려 한다.

 

인상주의의 문을 연 모네의 '인상, 일출'

 

그의 작품 '인상, 일출'에서 ‘인상주의’라는 말이 탄생했다. 그는 ‘색은 빛에 의해 결정된다’라는 인상주의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으며, 연작을 통해 동일한 사물이 빛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탐색했다. 그 시작을 연 것이 바로 '인상, 일출'이다.

 

 

이 작품은 파리의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그림의 내용이나 인상주의를 열어준 그림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에 비해 그림의 크기는 상당히 작다.

 

그러나 작년 프랑스 여행 중 방문한 수많은 미술관 중에 감성적으로 가장 편안하고 행복감이 충만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 미술관은 마르모탕 가문이 수집한 미술품을 보관하는 장소였는데 폴 마르모탕이 수집품과 이 건물을 프랑스 예술재단에 기부했다.

 

이곳은 전시를 보는 맛이 있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곳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저택에 각 그림마다 오래된 골동품과 어우러져 전시되어 있는 것이 짜인 미술관 같은 느낌이 아니라 그냥 어느 시절의 호화로운 저택의 모습처럼 자연스럽다.

 

 

이곳에는 인상파 화가들과 모네의 대작들을 소장하고 있어서 볼거리가 많지만 그림 '인상, 일출' 앞에 앉아서 한참을 보고 있으려니까 모네가 이 그림을 그린 그날 아침이 연상되면서 드라마처럼 내 머릿속에 펼쳐졌다.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대상을/관찰하고 표현하고 싶은 모네가/아침에 바다를 바라보자/붉은 해가 바다와 하늘과 공기마저/물들이며 떠오르고 있었고,/부지런한 어부들은/고기를 잡고 있었을 것이다./희미하게 안개가 낀 아침,/그 안개마저도 빛에 따라 다르게 보였다./모네는 빠르게 붓을 움직여/빛을 색으로 그려내었다. /해는 자꾸 위로 떠오르지만/물에 비쳐 찰랑이는 햇빛까지/표현하려면 자꾸 색이 변해간다.

 

그 뜻은 바로 지면 예술이었던 회화에 시간성을 부여한 것으로 미술사에 있어 획기적인 개념의 변화를 가져온 것이다. 대상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다르게 느껴지는 그 순간의 인상을 그리려고 한 것이다.

 

이 그림이 발표되자 처음에는 비평가들이 신랄하게 비판을 했다. “이게 무슨 그림이야?” “수준 이하네. 테크닉도 부족하고. 인상적이긴 하구먼....”

 

인상주의란 이름은 그러니까 말하자면 이 그림을 비판한 데서 나온 것이다. 이 작품은 일본 야쿠자에 의해 도난당했다가 5년 만에 모네 미술관으로 돌아온 사건도 있었다.

 

이런 사건을 겪은 그림들은 더 값이 올라간다. 이 그림을 계속 보고 있자니 탐이 나서 가능하다면 나도 갖고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그림에 빠져있다가 미술관 밖을 나오니 공원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고 '인상, 일출'처럼 희망적이다. 아이들이 햇빛을 받아 저마다 다른 색으로 반짝인다.

 

모네가 말년에 혼을 쏟아부은 '수련 연작'

 

모네의 말년의 '수련 연작'은 자연에 대한 우주적인 시선을 보여준 그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파리 오랑주리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오랑주리에는 '수련 연작' 이외에도 피카소, 르누와르, 세잔, 마티즈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이 상설전시되어 있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작품의 원작들이 무더기로 내 눈앞에 놓여있는 비현실감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인상파의 문을 연 모네가 평생 그려온 그림의 철학, 기법, 생각 등 모든 것이 집대성된 '수련 연작'은 2개의 타원형 방에 설치되어 있다.

 

 

 

작품을 파리시에 기증하면서 모네가 내세운 조건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작품을 한곳에 걸어달라는 것, 둘째는 자연채광이 들게 할 것, 셋째, 모든 관람객이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작품을 하얀색 벽에 걸어줄 것 등의 조건들이 잘 반영된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왜 모네의 수련이 그렇게 사랑받는지 느끼게 된다.

 

두 개의 전시실에 8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높이가 2미터, 총 폭이 100미터인 대형 작품들을 보면서 일단은 화가 모네에 대한 경외심이 우러나온다.

 

 

말년에 백내장으로 인해 눈도 잘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림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던 모네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사실 수련이 아니라 빛이었고, 시간과 날씨, 계절의 변화에 빛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수련 연작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수련의 디테일을 묘사는 것에는 관심이 없으며, 심지어 어떤 작품은 대상에 대한 세밀한 묘사보다는 본질에 대한 탐구에서 비롯된 추상화에 가까운 작품도 있었다.

 

 

그러나 내가 그 방을 나오면서 마지막에 가장 크게 감명을 받은 것은 그림을 잘 그렸다거나 기법이 뛰어나다는 것보다는 나를 비롯해 지금 바로 여기서 모네의 수련 연작을 감상하는 모든 사람들을 모네 자신의 지베르니 정원에 초대했으며, 현대에 살아가는 우리들을 모네의 시절로 타임슬립 시키는 기분이 들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모네의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작품들을 분리된 개별 작품으로 감상하지 말고 자연광이 비취는 연꽃과 버드나무 특히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분위기, 이 모두를 나를 둘러싼 하나의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힐링해 보라.

 

 

나는 생애 처음으로 작품을 작품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세계로 받아들이는 경험을 하였다.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졌다. 비록 화면을 통하여 보는 것이지만 이러한 경험을 조금이나마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 글=권은경. SG디자인그룹대표.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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