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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 오랜만의 야영 체험기

 

1박 2일 야영은 오래간만이었다. 중학교 때 반장, 부반장들을 대상으로 야영을 떠났던 게 마지막이니 까마득한 옛날이다. 가서 뭘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다. 얼기설기 설치된 그물을 타고, 산 타고, 높은 곳에 있는 평행봉을 걷기도 하고, 뭘 자꾸 탔었던 잔상들만 남아있다. 평행봉에서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던 장면처럼 고소공포증과 관련된 기억들만 남아있는 걸 보니 야영 자체가 썩 재밌진 않았던 것 같다.

 

이후에는 야영을 간 적이 없다. 야영은 다른 숙박형 활동보다 안전사고 확률이 높고, 1일형 체험학습들도 없어지는 상황이라, 직접 밥을 해 먹고 잠자리도 불편한 야영이 살아남을 리 만무했다. 중, 고등학교면 모를까 주변에 야영하러 갔다는 초등학교를 찾는 게 흔치는 않았다.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적은 소규모 학교라 다양한 활동을 하는 와중에 숙박형 야영이 들어왔다.

 

부모님과 놀러 다닐 때 주로 호텔과 펜션을 다니는 어린이들이 경험하기에 야영장은 너무 힘든 환경일 것 같았다. 산 주변이라 벌레가 많고, 샤워장과 화장실이 불편하고, 다닥다닥 붙어서 단체로 잠을 자야 한다. 수학여행 다녀와서도 숙소와 교통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세대인데 애초에 고생이 목적인 야영이 가당키나 하는가 싶었다. 답사를 가서 보니 저녁 한 끼를 제외하면 밥을 주고, 잠자리도 생각보다는 깨끗했다. 호텔 같은 숙박시설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 기억 속 야영장보다는 업그레이드된 상태였다.

 

평소에 놀러 다닐 때보다 열악하게 느껴지는 환경과는 상관없이 아이들의 기대감은 남달랐다. 학교에서 처음 1박 2일로 떠나는 체험이라 조를 짜는 순간부터 흥분이 가득했다. 친구들과 밤을 보내고, 매일 오던 학교를 떠날 수 있다는 사실에 도파민이 교실 안을 가득 채우는 게 느껴졌다.

 

출발일이 되자 아이들이 캐리어를 끌고 평소보다 20~30분은 일찍 학교에 나타났다. 다들 얼굴에 흥분이 한가득이었다. 방방 뜨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조금 걱정이 됐지만, 그 모습이 귀엽기도 했다. 모르는 곳으로 놀러 가는데 침착을 유지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았다. 설렘과 기대를 가득 안은 채로 버스에 올랐다.

 

야영장에 도착하자 심폐소생술 훈련을 시작으로 실내 훈련 활동이 이어졌다. 평소에 고학년의 까칠함이 묻어나던 아이들은 온데간데없고 까르르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이렇게 쉴 새 없이 웃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모두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준비해온 점심밥도 남김없이 팍팍 퍼먹었다. 확실히 환경이 바뀌면 사람도 바뀌었다.

 

활동의 정점은 산에서 하는 극기 훈련들과 저녁 레크레이션 시간이었다. 극기 훈련은 높은 곳에서 줄을 타고 하강하는 짚라인과 세줄 타기, 단체 균형잡기 활동 등이 있었다. 예전과는 다르게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학생들은 바로 제외해줬다. 굳이 무서운 활동을 하다가 트라우마가 생기느니 아래에서 구경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저녁을 먹고 이어진 레크레이션 활동 시간에는 평소에 교실에서 소극적이던 친구까지 모두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아이들 내면에 가진 끼를 발산할 기회가 생기자 마구 뿜어냈다. 1시간 조금 넘게 진행된 레크레이션이 끝나자 아이들 모두 물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땀에 젖어있었다. 이후에 캠프파이어를 하고, 아이들끼리 밤을 새며 수다를 떨었으며, 아침을 먹고 학교로 돌아왔다. 굵고 짧은 수련활동이었다.

 

체험학습의 좋은 점 중 하나는 평소에 교실에서 서로 대화를 나눠보지 않았던 아이들이 함께 놀고 이야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활동을 기점으로 친구 관계가 재편되기도 한다. 이번에도 새로운 조합으로 노는 모습들이 보여서 좋았다. 교실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 맛에 숙박형 활동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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