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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누리창] 교육의 서열화를 폐지하라

 

1989년 7월 한 영화가 개봉되었다. 강우석 감독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이다. 좋은 성적을 바라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여중생 딸 은주가 자살하고 만다. 이 영화는 학교 성적에 목을 매고 사는 가정의 비극을 고발하고, 한국교육의 어두운 면을 경고하였다.

 

1960-70년대에 이룬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교육의 발전을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 자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인적자원을 양성하여 산업화를 추구하였다. 교육을 위해 초중등 교원을 양성하고 존중하여(君師父一體) 기초교육과 중등교육을 견고하게 하고, 실업교육을 통해 산업화의 기반을 만들고, 고등교육 특성화, 산학협력 등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근대화를 이룩하게 되었다. 2023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0위가 되고, 국민총소득(GNI)은 3만 6000달러가 되었다. 인구 5천만명 이상이고 국민총소득 3만불 이상인 국가에 속하게 되었다. 경제발전은 교육발전을 통해 성취되었다.

 

그러나 지금 한국교육에는 어두움이 짙게 드리워졌다. 12-14세 아동과 15-7세의 청소년의 자살율이 2021년 각각 5명, 9.5명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통계청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OECD 교육참여와 PISA국제학업성취도는 최상위권이지만, 청소년, 교원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이다. 학생들은 학교생활이 즐거운 것이 아니라 전쟁터에서 싸우듯이 공부한다. 교육기회가 확장되고 교육성취도가 세계적인데 교육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불행하다.

 

지난 1994학년도부터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어왔다. 본고사를 금지하고 ‘선시험 후지원’ 방식으로 시험점수를 입시에 반영하였다. 전국의 수능 응시자들의 성적에 순위가 매겨져 전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시험성적을 수험생이 확인하고 대학입시에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국 학생들의 성적을 서열화하는 것은 행정적 편의에 의한 것이다.

 

나아가 교육부는 지난 6월 24일 대학수학능력시험 학생의 개별 성적을 기초자치단체 단위까지 분류해 연구자에게 모두 제공한다고 발표하였다. 5월 28일에는 수능과 학업성취도평가 성적 자료를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에 전부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에 학생들의 시험과 성적을 관리할 책무가 있으나 그 서열을 공개할 권한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고교 서열화’를 더욱 가속화 할 것이다. 학벌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할 것이다. 근대화 시기에 교육이 경제발전에 기여했으나, 이제는 교육이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조장하고 고착시키는 기제가 되고 있다.

 

고교의 서열화를 기반으로 하는 수능제도를 지속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것은 교육의 본령을 벗어나는 것이다. 학생을 행복하고 품위 있게 하지 못하는 교육은 버려져야 한다. 서열화를 버리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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