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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공부하는 즐거움

 

공부하는 목적은 인식의 변화를 꾀하며, 철학적 사상의 확충과 상상력을 풍부하게 하는 데 있다. 한마디로 영혼을 풍요롭고 밝게 가꾸는 일이다. ‘나는 지금 무엇하며 사는가?’를 생각하면서 아침에도 실비 내리는 산길을 걸었다. 읽히는 수필, 내 아이들이 읽어줄 만한 글을 써야 할 텐데- 하는 작가로서의 의무적인 생각을 했다, 예술가에게도 공주병 같은 심리가 있는 것일까. 내가 쓴 글이 감동적이고 울림이 있어 독자의 사랑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공주병 스타일’이라는 유머다.

 

이순신 스타일 : 나의 미모를 적에게 알리지 마라./ 안중근 스타일 : 하루라도 예쁜 척하지 않으면 온몸에 닭살이 돋는다,/ 맥아더 스타일 : 공주는 죽지 않는다. 다만 사리질 뿐이다./ 나폴레옹 스타일 : 내 사전에 추녀는 없다.

 

몸 기능은 낡고 세월 수치는 쌓여 가는데, 어느 날의 오후 가족까지 잃었다. 황량한 우주의 한가운데 홀로 서 있다는 느꺼움이 가슴을 날카롭게 찔러댈 때가 있다. 새는 제 이름으로 운다고 한다. 이름대로 운다는 것은 운명대로 운다는 것이다. 조상이 내린 운명과 이름대로 살면서 울어댄다면 나는 여자 이름이어서 남자로서 그 울음도 비 매력적일 것이다. 남달리 타고난 것 하나 없고 복과도 거리가 멀었다.

 

나는 어머니의 외아들로 태어나 혼자 놀고 홀로 성장했다. 특별한 재주도 없었다. 재능이 없으면 머리라도 좋아야 할 텐데 그것도 중간 수준이었다. 집에서나 밖에서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밖에 없었다. 여기서 공부는 학교 성적이나 어떤 시험을 거쳐 패스해 출세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어려서부터 혼자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었다. 내가 하고 싶어 하거나, 할 수밖에 없어한다 해도 그 누구의 관심 밖이어서 그냥 혼자 하고 그 길에 익숙해졌다. 내가 나를 책 읽는 공부팔자로 길들여 온 것이다.

 

조동일 교수는 ‘세상에 공부만큼 즐거운 것이 없다’고 한다. 공부는 전에 없던 경지로 나아가는 것이고, 공부는 새로운 것을 남들에게서 받아들이다 스스로 찾아내는 감격을 매번 다르게 경험하게 한다고 했다. 그는 책 사냥을 위해 25개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의 지식으로 밑변을 늘려야 피라미드 같은 꼭짓점의 학문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밑변 넓이기와 꼭짓점 올리기는 불교에서 하는 공부와도 상통한다고도 했다.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를 외우면서 내가 나를 위로하며 살아왔다. 인연에 충실하며 현실을 인정하고, 두려워하지 않고 앞만 보고 걷고자 했다. 그 길에서 문학적 감성을 소중히 생각했다. 사람은 어느 정도 고립되어 지낼 때 어린 시절의 정서적 불리함이나 사별로 생긴 외상이 동력이 되어 창작방향으로 개성이 발달하게 된다는 말을 긍정하면서.

 

공부하는 즐거움이라는 게 있어 여기까지 왔다. 그동안 책 읽는 것을 주된 직업으로 여기면서 독서노트를 만들었다. 그 길에서 등단 이후 4-5 년마다 수필집과 시집을 엮었다. 그것이 내 공부의 인증서요. 지성적 감각세포의 유산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공부하는 즐거움!’… 산다는 것은 배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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