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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진의 언제나 영화처럼] 못생긴 사나이 ‘핸섬 가이즈’의 인기가 불안한 이유

155 핸섬가이즈 -남동협

 

영화가 사람처럼 의도된 가벼움을 가질 수 있는 존재라면 그런 작품은 ‘핸섬 가이즈’가 될 것이다. 일부러 궁색하고 못나게 군다. 작정하고 사람들을 웃기려고 한다. 넘어지고 자빠진다. 이런 시대, 이런 시절에는 이렇게라도 웃고 넘어가자며 허허실실 댄다.

 

‘핸섬 가이즈’의 두 남자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는 핸섬한 남자들이 아니다. 그저 ‘못생겼다’의 차원도 아니다. 극중 파출소장(박지환)은 이 둘이 자신의 마을을 범죄의 소굴로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소장과 부하 경찰(이규형)은 이들이 흉악범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문제는 재필과 상구의 외모에서 비롯된다. 그러니 그들이 전혀 잘못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도 다소 어폐가 있다. 한국 같은 비뚤어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못생긴 것은 죄다. 그들은 1차 용의자로 오해받아도 싼 것처럼 취급받는다.

 

영화 ‘핸섬 가이즈’는 구르고 넘어지며 사람들을 몸으로 웃기려고 애를 쓰지만 그 안에서는 우리 사회에 대한 기묘한 ‘돌려 까기’가 느껴진다. 우리는 지금 정말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재필과 상구는 죽마고우에 가까운 선후배 관계이다. 공사판 노동자들이다. 오랜 노동으로 돈을 모았고 시골집을 샀으며 이제 막 이사를 가고 있는 중이다. 스스로들은 빠지는 게 없고 차도 있고 집도 있는 버젓한 존재들이 됐다. 하지만 그건 오로지 그 둘, 특히 형 뻘인 재필만의 생각이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영락없는 루저들, 낙오자들일 뿐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얼굴을 마주치기만 해도 섬뜩한 두려움을 느낀다. 소리를 지르고 무슨 괴물이나 병균이 옮는 것처럼 군다. 시골 별장에 놀러 온 다섯 명의 ‘싸가지’ 없는 남녀 5명이 특히 그렇다. 그들은 오로지 유흥과 섹스, 약물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젊은이들이다.

 

리더 격인 성빈(장동주)은 멤버 중 한 명인 보라(박정희)가 데려온 순진한 여자 친구 미나(공승연)를 잠깐 데리고 놀 궁리로 한창이다. 성준 등 5명 무리들의 못된 계획은 핸섬 가이즈 두 명의 일상과 조우하면서 끔찍하지만 우스꽝스러운 죽음을 이어 가게 된다.

 

몸에 구멍이 나고 머리에 대못이 박히며 불에 타고 분쇄기에 몸이 갈려 죽는다. 모든 죽음의 책임은 재필과 상구에게 몰리게 된다.

 

그러나 사실은 이 마을에 있는 악마가 문제다. 66년 전 이 마을의 천주교 교구에서는 염소 형상을 띠고 있는 악마를 성당 지하에 봉인한 상태다. 그런데 미나를 꼬드긴 5명 악동들의 벤츠 차량이 산길 국도에서 염소를 치어 죽인 후 버리고 간다. 그걸 또 재필과 상구가 이를 자신들의 새 집 앞에 묻어 주게 되면서 악마가 깨어나게 된다.

 

성경의 외전으로 악마를 다룬 경전에는 다섯 명의 악인이 염소 귀신을 깨우고 세 명의 의인(재필과 상구, 미나)이 이를 막아 낸다고 쓰여있다. 이제 이들 모두가 벌이는 소동극은 천주와 악마, 세상의 선과 악, 삶과 죽음의 일대 혈투로 변하기 시작한다.

 

 

영화 ‘핸섬 가이즈’는 못생기고 무섭게 생긴 두 남자의 해프닝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못생겼다는 것은 못 가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계급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 그것도 일용직 하층민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 영화는 무산계급과 유산 계급의 갈등, 그 대립을 유쾌한 소동으로 그려 낸다. 그 일시적 반란이 주는 기묘한 쾌감이 ‘핸섬 가이즈’의 진정한 흥행 포인트이다.

 

사람들은 지금 웃으면서 혁명을 하고 싶어 한다. 자신들을 오해하고 비웃으며, 편견으로 몰아세우기 일쑤인데다 돈과 학식, 불로소득으로 얻어 낸 것들(부동산, 주식, 코인 등의 막대한 수익)을 앞세워 억압하려는 자들, 그런 기득권의 악마들과 한판 싸움을 벌이고 싶어 한다.

 

 

1929~1939년 세계 대공황이 들이닥치고 나치즘이 횡행하기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 찾았던 영화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넘어지고 자빠지는 식의 슬랩스틱 코미디(클라크 케이블 주연의 1934년작 ‘어느 날 밤에 생긴 일’)이거나 필름 누아르처럼 아예 어두운 작품(험프리 보가트 주연의 1946년작 ‘빅 슬립’) 들이었다.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내몰리고 정치사회적으로 억압받을 때 역설적으로 웃음을 찾는다. 차라리 웃자고 얘기한다. 웃으면서 고통을 잊자고 말한다. 이는 거꾸로 현재 어떤 유형의 영화들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모으느냐를 잘 살펴보면 지금 사회가 어떤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는가를 알 수가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핸섬 가이즈’는 개봉 2주 만에 130만 관객을 모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BEP를 넘겼다. 이런 B급 영화가 100만을 넘기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이건 역설적으로 좋은 신호가 아니다. 불안한 측면이 있다. 지금의 우리 사회에 여러 불길한 징조를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 영화를 기획하고 투자하고 제작한 사람들은 흥행의 성공에 만족하고 좋아할 수 있어도,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야 한바탕 웃고 떠들 자격이 있지만, 이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평단과 저널까지 부화뇌동 해서는 안 될 일일 수 있다. 영화는 종종 그 사회에 시그널을 주고 조심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법이다. 그 경고를 잘 읽어내야 한다.

 

 

‘핸섬 가이즈’는 변종의 장르이다. 코미디와 공포, 엑소시즘, 오컬트 장르를 합쳤다. 우리 영화 ‘시실리 2Km’란 영화에 할리우드 영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와 ‘엑소시스트’를 섞은 느낌을 준다.

 

그것도 일정한 법칙 없이 의도적으로 엉망진창으로 섞고 비벼냈다. 어울리지 않는 장르를 결합하면서 불시의 웃음을 유발한다. 기묘하면서도 약간은 음흉한 웃음, 내면의 변태스러움을 자극하는 기운을 불러낸다. 가진 자, 당신들이 그토록 엉망인데 우리라고 이 정도야 괜찮지 않겠느냐는 식의 속내를 담고 있다.

 

 

그렇다고 영화가 아주 빵빵 터지는 수준은 아니다. 세대 간 차이가 좀 있다. 중장년 층은 다소 씩 웃거나 그저 킬킬 거리는 수준이다. 노년층은 아예 안 보거나 보더라도 무표정한 태도들이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세대 간 차이를 극명하게 갈리게 하는 측면도 있다. 이런 변칙의 영화들은 기성세대들이 만든 질서와 규칙을 깡그리 무시하고 싶어 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기존의 질서를 타고 넘어가고 싶어 하는 앙팡테리블(반항아)의 내면을 지닌다. 그건 이래야 해, 라는 요구에 그게 꼭 왜 그래야 해, 라는 반문을 담는다. 

 

 

이런 영화일수록 영화적 법칙과 연기의 원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자재의, 발군의 연기자들이 큰 몫을 하기 마련이다. 이성민과 이희준은 다시 한번 스스로들이 매우 뛰어난 배우들임을 입증했다. 조연배우들 박지환과 이규형도 자기 몫을 톡톡히 해낸다.

 

상업영화 쪽으로는 신인 급인 공승연도 장단을 척척 잘 맞춘다. 공승연은 독립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로 2021년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탄 바 있다. 이들 연기자들의 합을 연출로 잘 끌어내고 합치게 한 감독 남동협은 비교적 ‘듣보잡’이다.

 

영화 ‘핸섬 가이즈’는 신인들 천지이고 그런 새로움들이 이성민 이희준 등 깨어 있는 기성 배우들을 만나 흥미로운 작품으로 탄생한 결과이다. 영화는 늘 새로워야 하며 변칙적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핸섬 가이즈’는 그 모범을 보여 준다. 영화가 어떻게든 사회를 생존해 가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럼에도 B급 영화가 성공하고 있는 시그널을 너무 쉽게 읽어 내서는 곤란하다. 그 위기의 경고음을 잘 알아채야 한다. ‘핸섬 가이즈’의 성공이 이 혹독한 시기에 꽤나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불길한 이유는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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