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을 펼치면 그림들이 튀어나오고 비밀 상자를 열면 숨겨진 캐릭터들이 나온다. 긴 종이 위로 작가들이 사용했던 무늬 도장을 찍어보며 그림책을 완성할 수도 있다.
판교 현대어린이책미술관에서 ‘예술’과 ‘책’을 접목한 전시 ‘MOKA 북아트 컬렉션’이 진행중이다. 2015년부터 ‘책의 형태’와 ‘예술성’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국내외 작가들의 ‘북아트’ 작품들을 수집해온 미술관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장품 전시다.
안젤라 로렌즈, 로빈 아미 실버버그, 제니 콜 등 19명 작가의 작품 50여 점을 선보인다.
책과 예술이 접목된 북아트 전시인만큼, 책의 외연을 확장시킨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기존 글과 그림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책부터 작가의 아이디어가 표현되는 아티스트북, 책의 형태가 도자기인 조각, 책을 만드는 과정의 퍼포먼스까지 다양하다.
전시는 ‘숨겨진 이야기’, ‘이상한 물체’, ‘펼쳐지는 공간’, ‘딴짓 실험실’이라는 4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첫 번 째 섹션 ‘숨겨진 이야기’에는 작가가 말하는 이야기를 은밀한 방식으로 읽어야 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브라이언 키링의 ‘공유된 환상’은 그림책을 유리 돔 안에 넣어 크랭크를 돌리며 감상할 수 있다. 유리 돔 안에서 종이 달, 새, 물고기 등은 돌아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로라 러셀은 만화경 책 ‘매혹적인 사막’을 통해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사막을 환상적으로 전하고 김지민 작가는 천장에 뫼비우스 모양의 책 ‘좀이 쑤시는 7시간’을 달아 비행기를 타면서 겪었던 두려움과 긴장이라는 감정을 전한다.
두 번째 섹션 ‘이상한 물체’에서는 책의 다양한 형태를 다루며 책이 가진 기능에 대해 고민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책은 여러 장의 종이가 한 쪽에 묶인 ‘코덱스(Codex)’형태를 주로 이용한다. 사라 맥킬롭, 졸러&포터 등의 작가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종이봉투를 이어붙인 책, 처음과 끝이 없는 무한대의 책을 만들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 중 라헬 졸러는 ‘종이 무게’라는 작품을 통해서 책의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도자기로 만든 이 작품은 점토를 A4사이즈로 얇게 잘라 쌓은 형태다. 점토 시트를 굽는 동안 점토는 줄어들고 종이 성분은 타게 되는데, 책의 존재가 유형인지 무형인지 고찰하게 한다.
세 번째 섹션 ‘펼쳐지는 공간’에서는 책을 펼쳤을 때 나타나는 건축학적 요소에 대해 조명한다. 책을 펼쳤을 때 이야기는 무한대로 펼쳐지며 위나 아래로 열게 되는 책은 새로운 모양이 된다. 래리 유스트는 두루마리 형태의 책으로 영화 필름과 같은 이미지를 연출했고 카타리나 그레베는 ‘고층 건물’을 통해 한 벽면 크기의 이미지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네 번째 섹션 ‘딴짓 실험실’에서는 종이를 넘겨가며 읽던 책을 조각을 맞춰보고 종이를 펼치고 접으며 읽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새롭게 조합된 조각들로 이야기들은 색다르게 펼쳐지며 책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조선경 작가는 ‘이게 뭐지?’라는 작품으로 7개의 조각을 통해 생명체를 만드는 실험을 했고, ‘그림자놀이’처럼 조각들을 조명 위에 올리기도 했다.
책의 형태를 새롭게 만들어보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보는 이번 전시는 월 27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