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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표징] 한국형 민주주의?

 

독일 교민들의 초청으로 온 김에 소도시 기행을 하고 있다. 로마시대의 건축물부터 아름다운 고성과 대형 성당들을 감상하면서 독일 문화를 접하는 중이다. 독일은 중세시대 신성로마제국이었지만 황제는 허수아비이고 지방 영주들의 강력한 통치가 이루어지는 국가형태였다. 300여 개의 소국이 통일될 수 있었던 것은 1871년 비스마르크라는 탁월한 리더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독일은 지방마다 특색이 강했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어 통일국가이지만 지방자치가 가장 활발한 국가가 되었다. 지자체의 근간인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로 오늘 유럽의 가장 모범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독일이 부러운 점은 그들의 활성화된 정치교육이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민주시민교육이다. 1976년에 체결된 보이텔스바흐 협약(Beutelsbacher Konsens)의 원칙으로 누구든 정치적 자주성과 전문성, 중립성이 보장되면 정치교육을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정당들이 운영하는 정치교육에도 국가의 지원이 있다. 어쩌면 커다란 잡음 없이 독일통일이 완성된 이유에는 이렇게 성숙한 시민을 양성한 민주적 정치교육이 있었다.

 

두 번째로 독일에서 부러운 점은 교육이다. 즉, 독일의 교육은 대중교육을 목표로 국가의 전적인 책임제이다. 모든 교육비가 대학까지 거의 무료이다. 교육의 공정함이 독일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특정 대학 출신의 파벌형성도 없고 사회적으로 일류, 이·삼류 대학도 없다. 모두가 자신이 원하면 국가의 지원으로 대학입학이 가능하다. 물론 입학만큼 졸업은 쉽지는 않다. 그러나 독일의 대학 진학률이 불과 50여%이다. 그것은 사회생활에서 대학졸업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느냐이기 때문이다. 굳이 대학을 안 가도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고, 연봉도 대학순위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실력만큼 보람있는 일을 하느냐의 만족도가 최우선이다.

 

왜 독일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자꾸 떠 오를까? 세계 최저의 출산율의 국가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 패자부활전이 없이 오로지 대학 간판 하나로 인생이 결정 나는 국가, 능력과 소질보다도 그저 법대와 의대만 몰리는 나라, 한번 흙수저면 영구히 흙수저인 나라... 일찍이 3.1혁명 뒤 파리강화회의에 임시정부에서 파견한 대표단에는 조소앙이라는 분이 계셨다. 강화회의후 모두 떠났지만, 그는 유럽에 남아 당시 유행하던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등을 2년 동안 익혔다. 상해로 돌아온 그는 한국현대사 최고의 정치사상인 삼균주의를 만들어 냈다. 정치·경제·교육의 균등함을 강조한 삼균주의는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정치 이데올로기였다. 당시 독립운동 단체들은 좌우로 이념의 갈등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삼균주의를 그들의 정강정책에 반영했다. 안타깝게도 해방이후 임시정부의 몰락과 함께 삼균주의도 사라졌다. 독일 못지않게 가장 이상적인 한국형 민주주의 모델이었는데 말이다. 독일에서 조소앙 선생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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