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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훈의 알쓸신법] 노후재산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신탁의 활용

성년후견인을 통한 재산관리에 비하여 유연하고 안전한 재산관리 가능

 

11세기 교황은 이슬람이 지배하고 있던 기독교의 성지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하여 유럽 가국의 영주들에게 전쟁의 필요성을 호소하였고 이렇게 시작된 십자군 전쟁은 약 200년 동안 이어지게 됩니다. 당시 영국의 많은 영주들 역시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고, 당시 이들이 관리하던 토지를 자신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친구에게 양도하고 토지를 양도받은 친구는 이를 관리하여 전쟁에 나간 영주의 자녀와 배우자를 위해 사용하도록 하던 것이 현대 신탁제도의 연원이라고 합니다.

 

오늘날 신탁제도는 영미권 국가에서는 보편적인 재산관리 방식의 하나로 자리잡았고,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노인들의 경우 유언을 대신하여서 신탁이 이용되기도 하고,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경우 부모 사후의 자녀의 경제적 자립을 위하여 신탁을 설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처럼 신탁은 위탁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거나 사후에도 위탁자의 의사에 따라 수탁자가 신탁재산을 관리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현재 후견인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생면부지의 노인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가치관이나 선호를 가지고 있었는지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필자와 같은 전문후견인들은 피후견인의 가치관이나 선호 보다는 일반적인 사회통념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후견사무를 수행하기 쉽습니다. 일례로 필자는 해외에 거주하는 자녀들에게 부과되던 세금을 피후견인의 재산으로 내는 문제로 법원의 허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피후견인에게 치매가 발생하기 전 피후견인이 늘 자녀들의 세금을 부담하였던 사실을 고려하면 피후견인의 추정적 의사에 기초하여 이를 처리할 수도 있었지만 이후 법원의 후견감독이 부담이 되었던 것입니다.

 

이외에도 후견인으로서 피후견인의 재산을 관리하다 보면 금융재산의 경우 정기예금에 보관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다소의 투자위험이 있는 금융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만약 치매가 발병하기 이전에 신탁계약을 통해 본인의 재산의 사용처나 관리방법을 정해두었다면 재산은 보다 더 유연하게 관리될 수 있었을 것이고, 자녀의 생활비나 손자의 교육비로 지원이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신탁을 통해 특정 자녀에게 다소 많은 재산을 물려주게 되면 자녀들간에 불필요한 유류분 분쟁이 발생하는 것 역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신탁은 안전한 노후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 중에 하나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신탁은 부유층이나 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알려져있습니다. 실제 과거 금융기관들은 수억 원 이상의 자산을 맡기는 경우에만 신탁설정이 가능하였으나 최근에는 그 문턱을 많이 낮추어 중산층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상품들을 내놓아 그 저변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노후생활을 위해서는 재산을 잘 지키는 것만큼 이를 잘 사용하여 삶의 질을 윤택하게 하는 것 역시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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