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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선감학원 희생자 유해발굴…해원 계기 만들길 

희생자 넋 위로하고 명예 회복 분기점 삼아야 

  • 등록 2024.08.06 06:00:00
  • 13면

경기도가 8일 안산시 선감동에 소재한 선감학원(仙甘學園) 공동묘역에서 희생자 유해발굴 착수를 위한 개토행사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일제강점기 시절부터 장기간 저질러진 반인권적 만행에 대한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은 늦어도 한참이 늦었다. 이번 유해발굴을 기점으로 진실이 한층 더 드러나는 것은 물론 희생자들의 해원(解冤)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어두운 시절 무지몽매가 저지른 비극의 그림자를 정리하는 일은 결코 미룰 일이 아니다.


진실화해위는 2022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시굴한 분묘 35기 외에 희생자 분묘로 추정되는 150여 기를 확인했다. 경기도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해발굴 사전절차인 분묘 일제 조사와 개장공고 등을 지난 4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진행했다. 도는 이번 개토행사 이후 희생자 추정 분묘에 대한 유해발굴을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발굴이 완료되는 오는 11월부터는 시굴 유해를 포함한 전체 발굴 유해에 대해 인류학적 조사, 유전자 감식, 화장, 봉안 등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2022년 10월 진실규명 결정 당시 선감학원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아동 인권침해’로 결론 내렸다. 선감학원 운영 주체인 도와 위법적 부랑아 정책을 시행한 국가를 대상으로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에 대한 지원대책 마련, 희생자 유해발굴 등을 권고한 바 있다. 도는 올해 선감학원 사건 피해지원 대책으로 피해자지원금과 의료지원을 포함해 선감학원 옛터 보존·활용 연구, 희생자 유해발굴 등에 총 22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선감학원 사건은 지난 1942~1982년 부랑아 교화라는 명분 아래 4700여 명의 소년에게 강제노역, 구타, 가혹 행위, 암매장 등을 가하며 인권을 유린한 사건이다. 선감학원은 1941년 당시 미나미 지로 조선 총독의 지시로 세워졌다. 이후 전국에서 부랑아로 지목된 소년들을 섬으로 잡아들여 가두었다. 명목상 이유는 절도, 폭행 등의 경범죄부터 항일 독립운동 행위, 정치범이나 사회주의자 등이었으며 아무런 이유 없이 잡혀 온 청년들도 많았다. 


일제의 만행이었음에도 해방 이후 정리되지 않고 1982년까지 존속한 이면에 저질러진 국가권력의 폭정은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정회일 부장판사)는 지난 6월 20일 선감학원 피해자 13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와 경기도가 1인당 2500만~4억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6세에 수용된 아이도 있고, 대부분 10세에서 11세의 어린 아동들을 고립된 섬에 강제로 수용해 여러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한 사건으로서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다”고 판시했다. 


선감학원 피해에 대한 진상 파악을 통해 실상을 더욱더 깊이 밝혀내고 교훈을 찾는 일은 인권 선진국으로 가는 대한민국이 엄연히 감당해야 할 의무다. 다시는 이 땅에 유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일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허물을 낱낱이 들춰내고 원인 분석과 함께 재연 방지책을 궁구하는 작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번 경기도의 유해발굴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의식은 물론, 대대로 물려줄 인권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는 모멘텀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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