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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사소한 발견] 삶은 더하기와 빼기의 연속

 

2년전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짐을 분류하여 필요없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많이도 버렸다. 그런데도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버리지 못한 물건들이 몇 박스가 되었다. 리모델링이 끝난 이후 그곳에서 살려고 했던 나의 계획과는 달리 나는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친구가 임대한 비닐하우스에 임시보관하였던 짐은 예상외로 오래 그곳에 머무르게 되었다. 사람이 계획을 하여도 뜻대로 안되는 일이 많아서 곧 가져와야지 하는 마음과는 달리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다.

 

그러다 몇 주 전 비닐하우스의 주인이 그 땅을 매매하게 되어 짐을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동안 강렬한 햇빛과 비와 바람에 견디지 못한 짐들은 상하여 엉망이 되었다. 친구는 그 짐들을 모두 정리해주었는데 건진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짐들을 보면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삶을 정리하며 살아왔는지 그 사람의 삶이 보인다. 순간 나는 나 대신 짐을 정리해주는 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하고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빈 몸으로 이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늘려간다. 삶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시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느 때에는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들이 시간이 흐르면 불필요한 것들이 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다. 그리고 꼭 필요한 물건이 하나라도 그 이상의 많은 것들을 갖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점점 물건이 쌓이게 된다. 버리는 일이 갖는 일에 비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깨닫지는 못해도 자신의 집에 쌓여있는 짐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내가 가진 물건 중 가장 많은 것이 책이다. 언젠가 북카페를 만들고 싶다는 나의 퇴직후의 꿈이 있기도 했거니와 지식을 가지려는 나의 지적 욕망도 한몫을 했다. 그래서 책 사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고 점점 나의 서가는 불어났다. 나는 나름대로 플라스틱 이사 박스에 책을 차곡차곡 넣어서 테이프로 밀봉했기 때문에 책은 온전할 줄 알았다. 그러나 비닐하우스 내부의 열기에 플라스틱 박스조차 녹아내려 책들이 다 못쓰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갑자기 나는 멍한 기분이 되었다. 그 수많은 지식을 담고 있는 나의 책들이 사라진 지금, 그중 어느 만큼의 지식이 내 머리 속에 남아있을까 생각하니 갑자기 얼굴이 뜨거워졌다.

 

삶의 반이 자신을 위하여 많은 것들을 자신의 삶에 더하는 것이라면, 나머지 반은 자신의 삶에 축적된 것들을 남을 위하여 뺄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삶의 시작부터 계속 더하기만 하다가 끝을 내는 것 같다. 내 스스로 내 삶의 빼기를 하지 못하니 자연이 그것을 대신 해주는구나 생각하니 부끄러움 후에 오히려 감사하다는 마음이 되었다. 내가 버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모아둔 것들, 그 중에는 값비싼 가구들도 있고, 살찌기 전에 입었던 고가의 옷들도 있다. 그때 그것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더라면 아주 잘 사용하였을 텐데…… 그러고보니 아직도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는 지금 바로 더 이상 더하기 삶이 아니라 빼기 삶으로 전환해야 할 떄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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