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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낡은 보호장비에 노동자 안전도 '낡음'…양지 물류센터 현장

지난주에도 사람 쓰러졌는데…허울뿐인 안전교육
작업자 안전 위협하는 현장 속 위험요소…'방치'
안전한 작업 환경으로 택배 노동자 안전 보호해야

 

지난 7일, 경기도 용인 양지에 위치한 CJ 대한통운 아레나스 물류센터. 이곳의 내부 온도는 35도를 훌쩍 넘었다. 넓은 창고 안에는 대형 실링팬 몇 대가 천장에서 돌아가고 있을 뿐, 별다른 냉방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노동자 30여 명은 끈이 떨어진 안전모를 쓰고, 지퍼가 잠기지 않는 낡은 작업복을 입은 채 작업에 투입됐다.

 

 

◇ 지난주에도 사람 쓰러졌는데…허울뿐인 안전교육

 

오전 9시 30분, 작업이 시작되기 전 노동자들은 신규 작업자 등록과 건강 상태 체크를 받았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겉치레에 불과했다. 인적 사항을 입력하고 얼굴을 등록하는 동안 근로계약서에 서명했지만, 계약서 내용을 읽어볼 시간조차 없었다. 건강 상태 체크 역시 비치된 혈압기를 사용하지 않고, 관리자가 형식적으로 처리했다. 심지어 안전교육 이수 서명도 교육이 시작되기 전에 끝났다.

관리자는 짧은 구두 안전교육을 하며 "지난주 3층에서 일하던 사람이 더위를 먹고 쓰러졌는데 아직도 상태가 좋지 않다"며 "땀이 많거나 힘들면 사무실에 비치된 식염 포도당을 먹으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의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었다.

 

 

◇ 작업자 안전 위협하는 현장 속 위험요소…'방치'

 

오전 10시. 본격적으로 작업이 시작되자 작업장 곳곳에 있는 위험요소들이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레일에서 내려오는 택배의 송장을 스캔하고 택배 트럭까지 물건을 이동해 주는 업무는 한 명의 노동자가 2개 이상의 레일을 맡아 작업한다. 이때 2개의 레일을 맡을 시 레일과 레일 사이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레일을 넘어가는 일이 없지만, 3개 레일을 동시에 맡을 시 레일 아래로 지나가야 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특히 냉동식품 등 무거운 물건이 든 택배 상자의 경우 레일에서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 수동 레일이 빠르게 돌아가며 손가락이 끼이는 경우도 발생했다. 레일로부터 손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비는 얇은 목장갑이 전부였다.

 

낡아서 지퍼가 잠기지 않는 안전조끼는 늘어진 끈이 지속적으로 수동 레일에 말리기도 했다. 

작업자 A씨는 "무거운 택배일수록 수동 레일이 빠르게 돌아간다"며 "손가락, 안전조끼, 티셔츠 등 모든 게 레일에 끼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티로폼 상자가 마찰력으로 인해 레일 위에 멈추자 관리자가 맨몸으로 약 3m 높이의 레일 위로 기어올라가 박스를 꺼내는 위험한 상황도 있었다. 상자를 꺼낸 관리자는 내려오는 과정에서 엉덩방아를 찧으며 레일로 굴러떨어졌다.

 

관리자를 포함한 작업자들은 작업용 계단이 현장 곳곳에 비치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맨몸으로 레일을 넘어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작업을 하며 택배 상자를 건너편 레일로 전달해야 하는 경우에는 택배 상자를 작업자에게 던지는 일도 많았다.

 

작업자 B씨는 "택배의 무게는 제각각이고 던지는 택배 상자를 받는 사람은 무게를 알 수 없지 않나"며 "택배에 맞아 다칠 것 같다"고 불안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후 1시. 물류창고 2층에서는 택배가 들어오면 송장이 위로 가게 상자를 배치하고 스캐너가 원활히 돌아가도록 상자들끼리 간격을 벌려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들어오는 택배 물량이 많아지며 송장 센서 레일에 지속적으로 오류가 나 레일 위에 있는 택배를 전부 내려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냉동식품, 액체 같은 무거운 물건도 빠르게 내려야 뒤에 오는 택배를 감지할 수 있기에 무거운 택배 상자를 던지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 안전한 작업 환경으로 택배 노동자 안전 보호해야

 

작업장에는 안전대책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지만, 대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 건강 상태 체크는 형식적이었고, 안전모는 턱 끈이 떨어져 있었다. 작업 전 컨베이어의 비상정지 스위치에 대한 안내도, 보행로 설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CJ 대한통운 측은 보호장비 교체는 주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물류센터 현장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CJ 대한통운 관계자는 "최근 여러 물류센터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본사도 안전장비와 교육자료 등을 제공하며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며 "안전관리를 위한 직원도 상주하며 작업자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업 현장 안전 점검을 강화하는 등 근로자들의 안전한 작업 현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이보현·박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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