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산을 푸르게 푸르게’
이런 표어를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국전쟁 후 황폐해진 우리땅에는 나무가 사라져 민둥산이 많았다. 여름철 비가 많이 오면 토사가 흘러내려 피해를 막기 위해 ‘산림녹화 사업’으로 생명력이 강하고 척박한 환경에도 강한 아까시나무를 많이 심어 빠르게 우리산을 푸르게 가꾸는데 공헌을 많이 했다. 우리가 아카시아로 잘못 알고 있는 이 나무의 본명은 아까시이다.
아까시나무는 초여름 10일 이상의 꽃을 피어서 많은양의 꿀을 얻게 해준다. 우리나라 꿀의 80%가 아까시나무에서 얻는 최고의 밀원식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며칠 전 뉴스에서 사라지는 ‘산림녹화 주역’ 아까시나무의 소식을 들었다. 지금은 쓸모없다는 이유로 나무를 마구 베어 내 30만 헥타르가 넘던 것이 30년 새 10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양봉산업에도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심각하게 벌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고 때문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얼마가지 않아 벌들이 사라 질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면 전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0%가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도시양봉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자체별로 양봉학교를 활발하게 운영하면서 꿀 생산에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는 ‘도시 양봉 산업자’를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작은 힘이 모여서 양봉 산업을 키워나간다면 꿀 생산은 물론, 농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여기서 ‘우리의 문헌속에도 꿀을 이용한 술이 있을까’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조선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저술한 ‘임원십육지’에 등장한다. ‘임원경제십육지’라고도 불리 우는데 ‘산림경제’를 비롯해 900여 종의 문헌을 참고 인용해 집필한 백과전서로 농촌생활을 하는 선비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기예와 취미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다. 이 책에는 술 빚는 방법뿐만 아니라 술을 종류별로 나누어 설명해주고 있다. 그 책에 소개된 꿀로 빚은 술이 ‘밀온투병향’이다.
꿀을 물에 넣고 뭉근한 불로 끓여서 닭의 깃털로 거품을 걷어 낸다. 다시 끓여 거품이 다 없어지면 관계, 후추, 좋은 생강, 홍두, 축사인을 나누어 맷돌에 갈아 가루를 낸다. 누룩과 함께 약재가루를 4번에 나누어 넣고 유지로 봉한다. 그 위에 대나뭇잎을 7겹을 더 밀봉한다. 겨울에는 20일, 봄, 가을에는 10일, 여름에는 일주일이면 술이 익는다. 술을 빚는 모습 속에서 우아함이 묻어나 있다. 거품을 걷어 내는데 수저나 주걱이 아닌 깃털을 사용했을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첫날에는 아무 변화가 없던 달달한 꿀물이 3일정도가 지나면 표면 위로 거품 같은 것들이 생겨나면서 약간의 톡 쏘는듯한 탄산이 느껴진다. 알콜감도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달달함이 많이 사라지고 향긋한 꿀 내음에 술맛이 코끝을 감싸준다. 어떤 온도이건 가장 중요한 것 발효가 끝날 때까지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것이다. 시간이 다름에서의 술의 느낌들이 신선했던 기억을 자지고 있는데 약간의 탄산과 달달함을 주다 모든 발효가 종료된 시점에서는 후추의 알싸한 매운맛이 코끝을 자극했다.
꿀을 이용해 빚은 술을 미드(mead)라고 부르고, 미드를 만드는 양조장을 미더리라고 한다. 전통주갤러리에서는 부즈앤버즈미더리, 석장리미더리, 미더리봉자, 술빚는 호랑이, 코아베스트, 메들리 총 6개 미더리와 함께 미드페스타를 진행했다. 현재 8개 업체가 있는데 그 중 6개 업체가 참여했다.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것이 참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수만 번의 날개짓을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꿀은 생각보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 이런 꿀을 지켜 내려고 노력하는 이들의 마음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은 이제 벌과 함께 찾아보기 힘든 귀한 재료가 될 것이다. 꿀을 지켜내는 마음으로, 생명을 지켜내는 마음으로, 자연을 아끼고 보전하는데 힘을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