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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 불안의 기능-불안은 없애야 하는 나쁜 감정일까?

 

불안에 대해서 말을 꺼내려고 하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 2’가 떠오른다. 아들과 함께 재미있게 보았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했던지 흥행에도 성공한 이야기의 중심에는 불안이 있다.

 

라일리는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아이스하키 캠프를 가는길에 그동안 단짝으로 지냈던 두 친구가 자신과 다른 고등학교를 진학하기로 했다는 고백을 듣는다. 라일리는 고등학교에 자신이 외톨이가 될까봐 두렵다. 원하는 하키팀에 합류하지 못할까도 걱정을 한다. 이 즈음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는 불안이 장악을 한다. 원래의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의 다섯감정에 더해서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의 감정이 새로 등장했는데 불안이 다른 감정들과 충돌하다가 기존의 감정들을 추방해버린 것이다. 불안에 압도된다.

 

코치에게 실력으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불안은 밤새 전략을 새운다. 불안이 저장한 기억에서 탄생한 “나는 왜 이모양일까” “나는 부족해” 라는 신념과 함께 시작한 시합은 중압감으로 원활하지 못하고 반칙으로 퇴장당한다. 다행히 이때 기쁨과 슬픔 등의 기존의 감정들이 다시 감정조절센터로 복귀한다. 숨가쁜 공황상태였던 라일리도 자신의 마음을 회복하며 모든 감정들과 인생의 사건속에 형성된 다양한 자아를 모두 포옹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영화를 본 후 눈가가 촉촉해진 아들에게 감상을 물었다. “수학을 잘해야 되고 잘 못하면 어떻하지 라는 마음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수학공부를 했을 때가 떠올랐어요. 불안한거였구나” 아들이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린게 흡족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에 아들이 기말고사를 보고나서 “ 영화를 보고나서 불안이 안 좋은 거로 생각해서 불안할 필요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공부가 잘 안되고 느슨해졌어요” 했다. 과도한 불안의 폭주로 라일리가 인정을 받기는커녕 시합을 망친 과정이 얼핏 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나는 “만약에 네가 불안이 나쁜 거야, 라고 이해했다면 그건 영화가 전달력이 부족한 거야” “네가 경험했듯이 불안은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게 하듯이 예상되는 위험에 미래를 대비하게 하는 기능이 있어. 나쁜 게 아니야. 우리는 불안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고 조절하면 되어” “이번 시험에 좋은 경험을 했네!”라고 말을 이었다.

 

불안은 두려움의 일종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걱정되고 긴장되고 초조하기도 하고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유쾌한 감각은 아니지만 우리 자신에게 내면의 욕망에 대해서 말을 건낸다. 잘 소통하면 미래를 대비해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게 된다.

 

알랭드 보통은 그의 책 (불안) 에서 언급한 돈 뿐만아니라 명성, 업적 등을 포함한 지위에 대한 불안을 말한다. 그는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이 인간에게 중요한 욕망이지만 과연 자신의 욕망인지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만든 것인지 묻는다.

 

불안이 삶을 압도해 버릴 때 치료적 도움이 필요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목표는 살만한 삶을 만드는 것이지 불안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불안 없는 삶은 우리가 도달할 최종목표가 아니다. 가능하지도 않다.

 

우리는 유한하며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시며, 이 둘을 구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의 기도를 좋아한다. 치료적 도움은 이것을 함께 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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