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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파이어 시대] 그 많던 자영업자는 다 어디로 간 걸까

  • 주원
  • 등록 2024.09.04 06:00:00
  • 13면

 

요즘 건물 옆을 지나가다 보면 ‘임대문의’라고 쓰인 현수막을 많이 보게 된다. 분명 예전보다 비어있는 상가가 늘어난 느낌이다. 이런 풍경을 마주하는 일은 결코 우연이 아닌 듯하다. 최근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가 내놓은 한식, 커피, 양식, 호프, 제과점, 패스트푸드, 치킨 등 7개 외식업 현황 분석 결과, 지난해 연말부터 매 분기 폐업하는 매장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폐업 점포 수는 프랜차이즈와 일반 점포를 모두 합쳐 지난해 4분기 4606개에서 올해 2분기 5014개로 8.9% 늘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커피전문점을 제외한 6개 업종의 매장 수가 모두 감소했다. 치킨집은 지난해 4분기 5564개에서 5498개로 1.2% 줄었고, 동일 기간 패스트푸드점은 5921개에서 5840개로 1.4%, 호프집은 8598개에서 8220개로 4.4% 줄었다. 반대로 커피전문점은 11만8714개로 0.6% 늘었다. 이는 저가 커피 브랜드가 매장 수를 빠르게 늘린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한식음식점, 제과점, 커피전문점을 제외하고 올해 개업 점포보다 폐업 점포가 더 많다는 분석이다. 폐업률이 가장 높은 것은 5%를 차지한 패스트푸드점. 외식업종 7개의 상반기 전체 점포 수는 전년동기대비 0.8% 감소했다.

 

길을 걸으며 마주한 그 많은 공실 중 상당수가 ‘0.8%’라는 숫자 속으로 사라졌다 생각하니 씁쓸함을 넘어 궁금해진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런 와중에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종종 들르던 나의 단골 커피전문점이 폐업 점포 중 하나가 된 것이다. 30대 여성 사장님이 6년이 다 되도록 운영한 작은 카페는 2019년 문을 연 이후 코로나19도 버티며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왔지만 무슨 사정인지 최근 문을 닫게 됐다. 사장님은 폐업 보름 전 무료음료 쿠폰이 있으면 언제든 방문해 달라는 말을 SNS에 올리면서 영업종료 소식을 전했다.

 

나에겐 언제고 공짜 커피가 그리운 날 쓰기 위해 아껴둔 무료음료 쿠폰이 있었지만 차마 사용하지 못했다. 대신, 마지막 날 사장님이 손수 내려준 커피를 주문해 마셨다. 커피 맛이 유난히 더 향기로우면서도 쓴 것 같았다. 자영업자 폐업률이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순간이다.

 

사장님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가게 밖을 나오면서 과거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와 미팅했을 때 들은 말이 문득 떠올랐다. “모든 직장인의 종착지는 자영업”이라는 말이었다.

 

당시엔 그런가보다 했던 그 말이 이번엔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의문을 갖게 했다. 직장인의 끝이 자영업이면, 자영업의 끝은 무엇이란 말인가. 당시 이 질문을 하지 못한 것이 유독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은 가게와, 그 자리를 새로 채우는 또 다른 가게를 마주할 때면 변하지 않는 건 나 혼자인 듯한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개업과 폐업 그 중간에서 자영업자들은 얼마나 큰 고민과 결심을 반복했을까. 그 결과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며 살고 있을까. 부디 걱정없는 삶이길 바라본다. 한 때 향기로운 커피와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제공하던 이들을 위해. 오늘 따라 비어있는 상가 공실이 유난히 더 삭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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