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올해 초 야심차게 선보였던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부진을 겪고 개편에 나섰다. 핵심은 보험사가 서비스 플랫폼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낮춰 다이렉트 채널과의 보험료 차이를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는 다이렉트 채널 가입자들에게 역차별이라는 지적과 더불어 향후 수수료가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가운데, 개편된 비교·추천 서비스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플랫폼과 자체 다이렉트 채널의 보험료를 일원화하는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2.0'을 올해 말까지 출시하기로 했다.
저조한 가입률로 흥행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1월 출시된 해당 서비스의 이용자 수는 81만 명에 달하지만, 실제 가입으로 연결된 경우는 7만 3000건에 불과했다. 플랫폼을 통해 상품을 비교한 후, 개별 보험사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비교·추천 서비스와 다이렉트 채널의 보험료 차이를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봤다. 현재 일부 보험사들은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상품에 가입할 경우 자사 다이렉트 채널을 이용할 때보다 비싼 보험료를 적용한다.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계약이 체결될 경우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때문이다.
보험료 일원화를 위해 현재 3%대인 보험계약 체결 시 보험사가 지급해야하는 수수료율을 1%대로 낮추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중으로 '자동차보험 비교·추천 서비스 2.0' 출시를 위한 보험사와 플랫폼사의 실무단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에서는 수수료 없이 다이렉트 채널을 통해 가입하는 고객과 플랫폼을 이용해 수수료를 발생시키는 고객이 같은 보험료를 지불하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두 채널 사이의 보험료 차이가 사라질 경우, 다이렉트 채널 가입자들이 보험사들이 플랫폼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가입 시 적용되는 보험료가 저렴해지는 대신 다이렉트 채널의 보험료가 오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아울러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사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비교·추천 서비스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어날 경우 플랫폼 측에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증가할 수밖에 없고, 향후 플랫폼에 종속돼 측이 수수료율을 상향해도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진다는 것.
자동차보험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비교·추천 서비스 개편에 따른 부담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자동차보험을 취급하는 7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1~8월 누적 평균 손해율은 80.9%다. 업계가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는 80%를 넘긴 상태로, 태풍·폭설 등 기후 요인을 고려하면 적자를 면치 못할 전망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플랫폼을 통한 가입 건수가 많지 않아 보험사가 보험료 인상 없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추후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지금 비교·추천 서비스는 상품의 가격만을 두고 비교하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 요인이 많아 가격경쟁에 한계가 있다 보니 특약이나 서비스 등 다른 부분을 강조해주는 방식의 비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