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수도권 주택 공급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하와 같은 시장 변수로 인해 사업장 정리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결과 경매 대상으로 분류된 약 12조 원 규모의 사업장을 내년 3월까지 정리할 계획이다. 이미 1조 5000억 원 규모의 사업장이 처분됐으며, 연말까지 3조 5000억 원, 내년 1분기까지 6조 7000억 원을 추가로 처분할 예정이다. 이는 전체 경매 대상 사업장의 약 70%를 6개월 이내에 정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경공매 대상의 6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주거용 부동산이다. 최근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거용 PF 사업장의 경매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비교적 저렴한 주택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더불어 정부가 비아파트 위주의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상황이어서, 경매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주택 시장 안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3.5%에서 3.25%로 인하한 이후,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 정리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리 인하로 금융사의 이자 부담이 줄어들면서, 일부 금융사들이 경공매를 미루고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인한 부동산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금융사들이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연기하고, 대신 부동산 경기가 개선되길 기다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내년 상반기까지 계획된 정리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금융사들이 부실을 이연하거나 숨길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로 건설·부동산 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지만, 동시에 금융사가 PF 대출 부실을 숨기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또한 수도권 외 비수도권 지역의 부실 사업장에 대한 처분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한 금융 전문가는 "비수도권의 경우, 토지 가격이 사업비보다 훨씬 낮은 상황이 많아 경매를 통해 땅값을 절반 이하로 낮추더라도 사업성이 개선되지 않아 결국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금융사가 추가 손실을 부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비수도권은 수도권과는 다른 경제적 여건을 감안해 보다 현실적인 경공매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PF 부실채권 정리 골든타임이 10~11월이라고 언급한 만큼 이달부터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경·공매 실적 점검 주기를 월 단위에서 주 단위로 강화하고 있다. 또한 ▲경·공매 착수 현황 ▲1·2차 경매 운영현황 ▲최종 낙찰가 등을 매주 점검할 방침이다. 아울러 업권으로부터 경·공매 애로사항도 청취한다는 계획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