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문학산성 보존·복원을 계획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예산 문턱에 가로막혀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있다.
16일 시에 따르면 문학산성 보존·복원에 필요한 예산은 150억 원이다.
이는 지난 2020년 시가 진행한 문학산성 종합정비계획 수립 용역 결과에 따른 것이다.
문학산성은 백제시대에 돌로 만들어진 성곽이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당시에도 왜적을 물리친 승전지로 기록돼 있다.
이로 인해 1986년 시 기념물 1호로 지정됐지만, 미군기지가 들어선 1959년부터 줄곧 접근이 통제돼 왔다.
민선6기 유정복 시정부가 들어선 2015년에야 개방이 확정됐고, 5년 뒤 민선7기 박남춘 시정부 당시 보존·복원이 결정됐다.
문학산성의 원래 길이는 미추홀구와 연수구에 걸쳐 577m로 추정되나 현재 남아있는 구간은 약 300m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존·복원에 150억 원의 비용을 투입해야 하자 시의 고심이 깊어졌다.
결국 시는 문학산성을 관리하는 미추홀구·연수구에 보존·복원 공동 시행이라는 카드를 내밀었지만 부정적인 반응만 돌아온 상황이다.
이 가운데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미추홀구의 경우 보존·복원은 환영하지만 150억 원이라는 비용 분담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는 문학산성을 국가 사적으로 승격시켜 국비를 받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국비가 최대 70%까지 지원된다.
앞서 2020년에 복원된 계양산성도 국가 사적으로 승격돼 국비를 받은 바 있다.
다만 이에 앞서 발굴 조사 등을 먼저 진행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용역비만 30~40억 원이 필요하다.
현재 시도 재정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신규 사업들의 예산이 삭감되고 있다. 이에 시 담당부서도 30억 원 이상이 드는 용역비를 당장 받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비용 분담 관련해서 미추홀구·연수구와 협의를 진행했지만 재정 상황 때문에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국가 사적으로 승격시켜 국비를 받는 게 가장 좋지만 시도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당장 세워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