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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으로 재탄생한 조각보의 아름다움…전시 ‘잇고 펼치다’

‘제2회 수원전통문화관 진수원 연작 초대전’ 11번째 전시…서은영, 구희정 작가 참여
전통적 규방공예에 현대적 아름다움 꾀해 다양한 작품세계 구현
11월 3일까지 수원전통문화관 진수원

 

“처음 시작은 우리 선조들이 실생활에서 썼던 보자기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실용성을 넘어 하나의 섬유 미술로 평가받고 싶어요. 다양한 섬유도 사용하고 콜라보 작업을 했을 때 예술의 경계가 확장돼요. 현대적인 조각보가 되는 거죠”(서은영 작가 인터뷰 中)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 진수원에서는 ‘제2회 수원전통문화관 진수원(珍羞園) 연작 초대전’의 11번째이자 마지막 전시 ‘잇고 펼치다’가 열리고 있다. 수원시규방공예연구회 서은영 회장과 구희정 이사의 규방공예 연합전이다. 두 작가는 전통적 소재인 조각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전시에는 두 작가의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서은영 작가는 20년 전 규방공예를 시작했다. 대학에서 가정학과를 나오고 손으로 하는 작업을 좋아해 규방공예를 접하고 2018년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에서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조각보에 다양한 물성을 결합하거나 옻칠을 한 패널을 덧대는 등 다양한 콜라보 작업을 진행해 조각보의 현대화를 꾀한다.

 

 

그의 작품 ‘조각보 현대와 마주하다24-4’, ‘조각보 현대와 마주하다24-3’에서는 작가가 시도한 다양한 콜라보 흔적이 나타난다. 한 땀 한 땀 수작업 바느질로 이어붙인 조각보에 실의 마감 처리를 의도적으로 보이거나 오브제나 경칩을 달아 전통적 분위기를 더한다. 실크나 색동 끈, 다양한 원단을 사용해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나타냈다.

 

 

2013 전국규방공예공모전 대상작인 그의 대표작 ‘오리엔탈 이미지’는 보자기의 다양한 변주를 나타낸다. 원단을 자로 재 직사각형으로 자르고 분홍색, 푸른색, 붉은색 등 다양한 색의 보자기를 붙여 조각보를 완성했다. 네 귀퉁이에는 전통 방식으로 끈을 덧대 묶는 기능을 보여줬다. 시침질 등 바느질로 마감을 하고 넣고 블랙홀처럼 가운데로 집중되는 무늬가 입체적이다.

 

서은영 작가는 “물론 목표를 갖고 바느질 하지만, 기분 좋은 날만 바느질을 하는 건 아니다. 작품을 만들 땐 인생의 희로애락이 들어간다”며 “바느질을 하며 수양하기도 하고 나를 다스리기도 하며 달래기도 하고 채찍질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구희정 작가는 규방공예를 하시던 엄마의 권유로 2010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인위적인 직선보다는 천을 자르고 잇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나타나는 실루엣에서 영감을 받는다. 창가에 바람이 불면 조각보가 휘날리는 것처럼 자연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의 작품들을 만든다. 생김새가 각자 다른 조각이 저마다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것처럼 조각보에는 각자의 인생이 쌓여 있다.

 

그의 작품 ‘구절초’는 어머니의 사랑을 조각보로 표현한 작품이다.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작가는 옛날 어머니들이 사용하는 바느질 방법을 사용해 홑겹의 원단에 꾹꾹 누르는 방식으로 천을 이었다. 한지를 꼬아 실로 누비는 전통적 방식으로 만든 끈도 멋스러움을 더한다. 모시의 살구색, 염색한 연한 분홍색 원단은 각각의 크기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의 전국규방공예공모전 입상작 ‘감빛으로 이어가는 이야기’는 그의 미감이 집약돼 있다. 감물을 들인 모시를 이어 붙여 자연스러운 매력의 조각보를 완성시켰다. 자로 자르지 않아 모자란 부분은 초록빛의 옥사를 붙여 덧댔다. 완벽한 사람은 없듯이 조각보의 빈틈이 인간적이다. 햇빛을 받았을 때 다른 느낌으로 비춰지는 무늬가 전통과 현대의 매력을 보여준다.

 

구희정 작가는 “과거가 과거에 머무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도 옛날 것만 고수하지 않고 발전을 위해 현대화 작업을 진행해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두 작가의 조각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1월 3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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