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인근에 5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은 기대보다 미온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당장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그린벨트 훼손 우려는 물론 과거에 실패한 정책이란 비판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5일 지난 8·8대책의 후속 조치로 서울과 약 10km 이내 지역 4곳, 5만가구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서울은 서리풀지구(2만 가구)가 선정됐고, 경기도는 고양대곡 역세권(9000가구), 의왕 오전왕곡(1만 4000가구), 의정부 용현(7000가구) 등 3곳을 지정해 3만 가구를 공급한단 계획이다.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이미 훼손으로 환경적 보전가치가 낮다고 판단되거나 공장·창고 등이 난립해 난개발이 우려되는 곳이다.
국토부는 이들 후보지를 수도권 집중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기존 도심과 연계해 자족 기능을 갖춘 통합생활권으로 조성해 수도권 내 분산 다각화에 기여하는 성장거점으로 삼겠단 구상이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리풀 지구'는 환경적 보전가치가 낮은 훼손지로, 공공주택 중심의 개발이 이뤄질 예정이다. 2만 세대 중 55%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해 젊은 층과 신혼부부에게 주거 안정을 제공한다. 이 지역은 육아 친화적 주거단지로도 개발될 전망이다.
'고양 대곡 역세권'은 GTX-A, 3호선, 경의중앙선, 서해선 등 5개 철도노선이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로, 대곡역 복합환승센터를 구축해 접근성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역세권을 중심으로 자족 및 업무시설을 배치해 지식융합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의왕 오전왕곡지구'는 과천 봉담간 도시고속화도로와 인접해 산업기능 유치에 강점을 갖춘 지역이다. 친수공간이 풍부하고, 과천지식정보타운과 연계한 의료·바이오 사업 유치로 수도권 남부의 새로운 직주근접 생활공간이 조성된다.
'의정부 용현지구'는 군부대 영향으로 개발이 정체됐으나, 이번에 법조타운과 기존 도심과 연계된 통합생활권 조성이 추진된다. 문화·체육·자족시설을 보강해 도심과의 연결성을 높일 방침이다.
국토부는 보상 조사, 지구 계획 수립을 신속히 추진하고, 필요시 일부 원형지 공급도 추진해 2026년 상반기 지구 지정,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내년 상반기에는 3만 가구 추가 공급을 예고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선제적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안정적 주택 공급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는 만큼, 서울, 경기도 등 지자체와 함께 젊은 세대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우선공급을 추진하고, 앞으로도 수요가 있는곳에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역세권에 주거와 첨단산업 복합개발을 통해 첨단 산업을 키우고, 개발제한구역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조성해 청년들에게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제공하는 '경기 기회타운' 방식으로 개발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즉각적인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신규 택지 개발은 후보지 발표부터 지구 지정, 토지 보상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실제 입주까지는 최소 8~1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공급 확대 노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단기간 내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투기 수요 차단을 위한 노력과 실제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개발 계획은 환경단체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과거 유사한 개발 사업이 집값 상승만 초래했다며, 이번 정책 역시 부작용을 우려했다. 경실련은 "좋은 위치의 그린벨트 땅을 훼손해도 주변 집값만 올랐다"며 "과거 정부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