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재당선에 성공하면서 한국 식품 기업들이 미국 정부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가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움에 따라 미국 현지에 진출한 업체들에 향후 영향이 생길 수 있어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대선이 치러진 후 한국 식품 제조사들이 동향을 살피고 있다. 이들은 관세 인상, 통관·검역 강화, 환율 변동 가능성 등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관세 인상은 트럼프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꼽혔던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 구축'에 기인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는 자국우선주의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불공정 무역 관행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외국 생산자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언급해왔다. 트럼프 후보는 유세과정에서 자신이 재집권할 경우 중국에는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나머지 국가에는 10~20% 수준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최근 최근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수지가 크게 오른만큼, 미국은 자국 무역 보호를 위해 우리나라를 향해 관세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444억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올해 상반기 무역 흑자도 287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5.1% 증가했다.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 한-미 FTA로 인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협정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실질적 변형원칙 등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관세가 없다. 그러나 보편관세가 적용된다면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경우 관세로 인한 부담이 커지게 된다.
코트라(KOTRA)가 발간한 '2024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경제·통상 정책 방향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기존 무역 협상을 재검토 하는 등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국제 무역 구조의 재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미 수출 통관 강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간한 '미국 대선, 농업·통상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자국 농업에 대한 보호를 거듭 강조하는 공화당의 기조를 고려하면 트럼프가 재당선된 현 상황에서 우리 농식품의 대미 수출 통관도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달러 역시 부담이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수입을 억제할 경우 해외 달러 공급이 감소하고, 미국 수출국들의 성장이 약화될 수밖에 없어서다.
CJ제일제당, 대상, 농심, 풀무원 등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식품 기업들은 환율뿐 아니라 정책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CJ제일제당은 지난 8월 반기보고서를 통해 환율이 10% 오르면 세후 이익이 약 198억 원 줄어들고, 대상은 같은 기간 5% 환율 상승시 91억 원 세전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보편관세는 한국과 같은 FTA 체결국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며, 미국 수출에 주력하는 식품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관세로 인한 한국산 식품의 가격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시장 상황에 맞는 경쟁력 있는 가격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