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에서 최근 5년간 일어난 대형화재 대다수가 제조업 중심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화재로 인한 재산피해는 도시형 지역에 비해 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기도 내 제조업 현장의 화재 취약성을 드러냄과 동시에 화재 안전 의식의 결여를 여실히 증명하는 지표다. 제조업 현장의 방화·소화 시설 확충과 더불어 종사자들의 화재 안전 의식 고취 등 맞춤 대책 강화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정밀한 재난 안전 시스템이 절실하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지난 2019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5년간 경기지역 화재통계와 최근 1년간의 구조·구급 출동 현황을 바탕으로 지역(산업)별 재난(사고)발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지난 10일 공개했다. 이 통계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40건 중 제조중심 지역에서 34건이 발생해 전체의 무려 85%를 차지했다. 대형화재란 사망자가 5명 이상 또는 사상자가 10명 이상 발생하거나 재산피해를 50억 원 이상 낸 화재를 일컫는다.
경기소방본부는 이번 현황분석을 위해 시·군을 인구밀도와 1·2·3차 산업 비중에 따라 소방관서를 농촌형(양평·가평·연천 등 3개), 도시형(수원·성남 등 18개), 제조중심 도시형(부천·안산·시흥 등 3개), 제조중심 농촌형(평택·이천·안성 등 13개) 등 4가지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농촌형과 도시형에서는 주택과 차량 화재 비율이 높았고 제조중심 지역은 공장·야적장 화재가 빈번했다.
특히 제조중심 지역의 인명피해(5년간 사상자 1795명)는 도시형(1046명)보다 1.7배가량 많았으며, 재산피해액은 5배(제조중심 지역 1조7316억 원·도시형 지역 3193억 원) 이상 높았다. 구조출동 비율은 제조중심 도시형, 제조중심 농촌형, 도시형, 농촌형 순으로 많았으며, 출동유형은 화재(40%), 위치 확인(21%), 교통사고(16%) 순이었다.
구급 출동 역시 제조중심 도시형에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도시형, 제조중심 농촌형, 농촌형 순이었다. 모든 지역의 질병 출동은 고혈압(36~42%)이 가장 많았으며, 이어서 당뇨(21~24%), 심장질환(10% 내외) 순으로 집계됐다. 사고부상 출동은 전 지역에서 낙상사고(53~65%)가 가장 많았다. 농촌형에서는 동물과 곤충으로 인한 부상이 14%가량을 차지했다.
행정안전부는 그동안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소방 골든타임 확보에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데이터 분석 모델을 개발해 현장에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지난 5월에는 그동안 개발해온 ‘소방 출동 골든타임 지역 특성 분석모델’을 발표하기도 했다.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소방 안전 대책의 증진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화재 안전 정책의 핵심이 돼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경기도소방재난본부의 지역(산업)별 재난(사고)발생 현황분석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난 5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대형화재 중 제조중심 지역 발생이 전체의 85%를 차지했다는 통계는 화재 안전 행정의 방향이 어떻게 추구돼야 하는지를 명료하게 제시한다. 근년에만 해도 경기도에서는 기억하기도 끔찍한 대형화재 사고가 주로 제조업 중심지에서 발생했다. 더욱이 제조업 현장에는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기하급수로 늘어나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물질들이 즐비하다.
위험도가 높을수록 주의력 무장부터 배가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예방시설 완비와 화재 발생 시 조기 진화 등 충분한 대처 수단 확보가 그다음이다. 어차피 가용 장비와 재원이 한정된 이상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 능률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느냐가 대비책 구축의 핵심이다. 경기소방본부의 계획처럼, 이번 분석자료를 토대로 ‘선택과 집중’의 지혜가 한껏 발휘돼 소방력 재배치와 중점소방 훈련, 그리고 주민 대상 안전교육 등 제반 맞춤 정책이 한층 더 정밀화, 과학화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