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에 벌어진 일은 물론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안긴 비극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1948년에 팔레스타인의 땅 78%를 강탈하며 이스라엘이 만들어지고, 1967년 이후에는 나머지 22% 지역마저 군사점령하고, 2007년부터는 가자지구를 봉쇄해서 창살 없는 감옥으로 만든 것이 낳은 결과라는 것도 분명했다. 이스라엘 정권은 끝없이 정착촌을 확대하면서 무장헬기, 전투기, 불도저, 장갑차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해 왔다.
75년이 넘게 다른 민족을 점령하고,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감옥처럼 가둬놓고서 평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10월 7일을 통해서 명명백백해졌다. 그날 벌어진 비극은 이스라엘의 식민 점령과 억압에 대한 분노의 분출이었다.
지난 1년간 우리가 가자에서 본 것은 '하마스에 대한 공격'이 아니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격이었다. 가자의 모든 학교와 병원이 파괴됐고 생지옥으로 변한 가자에서 끝없이 피난 가고, 죽고, 돌아오고, 다시 죽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생중계로 보여졌다.
이것은 SNS를 통해서 피해자들 자신에 의해서 24시간 생중계된 대량학살이었다.
지난 1년을 통해 우리가 봐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아랍인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실패다. 최근의 레바논 침공은 이런 실패와 붕괴를 가리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과도 같다.
홀로코스트 생존 유대인의 후손이며 이스라엘의 역사학자인 일란 파페는 몇 가지 지표를 통해 "우리는 시오니즘의 몰락으로 정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은 역사적 과정, 그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라고 분석한다.
이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을 비판하는 것은 반유대주의'라는 억지는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시온주의의 붕괴와 함께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이 말하던 '인권과 민주주의에 기반한 규칙 기반 세계 질서'라는 위선적 구호의 정당성도 같이 무너지고 있다.
이것은 폭격과 학살에 반대하는 국제적 반전 평화 운동이 등장하면서 이루어진 변화였다. 이 운동은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반환점을 넘어섰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국제적 운동과 여론의 힘으로 학살과 전쟁을 실제로 끝내는 일이다. 가자의 민중이 포기하거나 무릎 꿇지 않듯, 폭격과 학살에 반대하는 사람들 또한 물러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