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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허물기] 접경지에서 경험한 ‘적대적 두 국가’의 현실

 

지난 9월 초 연길에 갔을 때였다. 호텔의 북한식당에 들어서려는데, “한국사람 받지 않습네다”, ‘남한’도 ‘남조선’도 아닌 명확히 ‘한국’이라는 용어를 쓰며 차갑게 거절한다. 북한 접경지역에서 경험한 ‘남한과의 결별’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현지 중국동포에 따르면 10만 명 정도 되는 연변지역 북한 노동자들에게 이미 지침이 전달되었다고 한다. 전쟁의 비극을 경험한 한반도에서 동족의식으로 상호절제에 의해 어렵게 유지되어온 잠정적 평화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이후 북한은 자력갱생으로 전환했다. 한미일 협력으로 압박이 강화되자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통일, 화해, 동족 개념을 지워나가고 있다. 그리고 남한이나 미국 대신 러시아와 손을 잡고 국가발전을 모색하는 중이다. 북한은 서로 상관하지 말자며 결별의 길을 가고, 남한은 강경책을 고수하며 일촉즉발의 대결상태가 계속된다. 글로벌 10위권, 문화강국 대한민국이 유치하게 대북전단과 오물풍선으로 북한과 싸우며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국민들은 전쟁위험에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남북한 모두에게 재앙이고, 가장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은 국민이다. 이미 우리는 한국전쟁을 통해 세계열강의 이해관계가 얽힌 한반도에서 전쟁은 남과 북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곧 비참한 남북한 공멸을 가져올 뿐이다.

 

우리가 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적’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민족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관계’로 인정해야 한다. 남한은 GDP규모나 국력에서 북한과 수십 배 격차를 보이고 있다. 7번, 70번 배려와 아량으로 포용할 때 ‘적대적 두 국가’로 나아가려는 북한을 국제사회 정상국가로 이끌어 내고 관계개선과 핵문제 해결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그럴만한 역량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지난 2022년 발표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김정은 정권 10년, 북한주민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미국, 일본, 남한, 중국, 러시아” 중 “북한에 살고 계실 때 어느 나라를 가장 가깝게 느꼈습니까?”라는 질문에, 2020년 조사에서 65%이상이 중국을 가장 우호적인 국가라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013년 85%에서 크게 감소는 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1위였다. 반면 남한은 19%에 불과했다.

 

1990년 동서독이 통일할 때 동독주민들의 선택지는 서독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북한주민들에게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자력갱생의 길을 걸을 수도, 중국이나 러시아와 본격적으로 협력할 수도 있으며, 미국 트럼프 정부와 직접 손잡을 수도 있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면 북한은 당연히 우리의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하다. 지금은 북한주민의 삶과 인권을 위해 남북협력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남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북한과 협력해야 한다. 고려와 조선을 거쳐 그나마 어렵게 회복한 한반도의 반쪽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행히 호텔 로비의 북한카페는 첫날 중국인과 가 본 이후에는 혼자서도 들어갈 수 있었다. 한번은 내 실수로 찻잔을 쏟았는데, 북한직원은 친절하게 테이블을 치우고 따뜻한 새 차를 가져다주었다. 벌써 기온이 많이 차졌다. 차가 더 식기 전에 따뜻한 대화 분위기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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