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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관하여 On Photography'

“거짓 이미지와 뒤틀린 진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사상의 자유를 굳건히 수호해 왔다”는 헌사를 받은 미국의 저명한 문화예술가 수전 손택의 '사진에 관하여 On Photography'(시울 刊, 이재원 역)가 최근 번역돼 나왔다.
1973년부터 4년간에 걸쳐 뉴욕타임즈 서평란에 게재된 여섯편의 에세이를 모아 발표한 '사진에 관하여'는 1978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비평부문을 수상한 손택의 최고작으로 찬사받은 평론집.
하지만 이 책이 최고작으로 불리는 것은 단지 외형적인 성공 때문이 아니라 그가 평생동안 전개한 ‘거짓 이미지’와의 싸움이 이 책을 기점으로 본격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의 평가다.
또한 이 책은 20세기의 주요 기록매체인 사진의 본성에 관해 그동안 제기된 바 없는 질문들을 직접적으로 던져 ‘언젠가는 해야만 할’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인류는 여지껏 별다른 반성없이 플라톤의 동굴에서 꾸물거리고 있다. 그것도 순수한 진리의 이미지를 골똘히 생각하면서”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사진에 관하여'는 1839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모든 것을 그 안에 담은 사진의 본성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무엇인가를 경험한다는 것은 그 경험을 사진으로 찍는다는 것과 똑같을 정도로 현대사회에서 사진은 없어서는 안될 주요 기록매체가 됐다.
"모든 것들이 결국 사진에 찍히기 위해서 존재하게 되어버렸다”라는 손택의 지적이 전혀 과장이 아닐 정도로 말이다.
손택이 보기에 사진의 가장 큰 맹점은 이 세계의 모든 것을 피사체로 둔갑시켜 단지 소비품으로 변모시킨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기술적 속성상 마음대로 축소하거나 확대할 수도 있고, 수정하거나 불필요한 부분을 잘라낼 수도 있어 초현실주의자처럼 현실을 몽타주함으로써 역사를 생략해버릴 위험까지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결과는 초현실주의적 감수성의 테두리 속에서 작업해온 대다수 사진작가들이 세계를 해석하려는 노력없이 세계를 수집한다는 자세로 일관한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사진은 원하는 모습만을 보도록 함으로써 타인이 겪는 고통, 참사, 결핍, 불행 등을 도외시하는 사회를 만들어냈다는 것.
손택은 이렇게 말한다.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행과 불의가 사진에 담기게 되자 사람들은 잔혹함에 익숙해져 버렸다. 이제 끔찍한 일들은 일상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지난 수십년에 걸쳐 쏟아져 나온, 의식화된 사진은 우리의 양심을 일깨워 왔던 것 못지않게 우리의 양심을 둔감하게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43쪽)
그는 이런 상황에서 사진이 단순한 현실의 기록을 넘어서 보는 사람들에게 도덕적 영향력을 발휘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정치 의식의 유무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정치의식이 없다면 역사를 수놓은 살육 현장을 담은 사진일지라도 대단히 비현실적이거나 정서를 혼란시키는 야비한 것으로 인식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이미지를 소비하는 오늘날, 30년 전 손택이 ‘사진에 관하여’에서 제기한 질문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진으로 대변되는 온갖 가상의 이미지들이 지금 현재에도 진정한 현실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1세를 일기로 사망한 책의 저자 수전 손택은 에세이스트, 연극연출가, 문화비평가 등으로 끊임없이 변신하면서 새로운 문화 스타일을 일군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문화예술가다.
특히 미국 펜클럽 회장 시절인 1988년 서울을 방문해 김남주, 이산하 시인 등 구속문인의 석방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고 타계 이전에도 9.11 사건이후 미국 정부의 명분없는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여줘 우리에게도 친숙한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311쪽, 1만6천5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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