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3 (화)

  • 흐림동두천 -3.5℃
  • 구름많음강릉 5.6℃
  • 구름많음서울 -2.3℃
  • 구름많음대전 -0.9℃
  • 흐림대구 5.5℃
  • 흐림울산 6.0℃
  • 구름많음광주 4.1℃
  • 연무부산 7.6℃
  • 흐림고창 1.3℃
  • 구름많음제주 10.0℃
  • 흐림강화 -3.3℃
  • 흐림보은 -1.8℃
  • 구름많음금산 -0.2℃
  • 구름조금강진군 5.1℃
  • 흐림경주시 5.2℃
  • 구름많음거제 7.6℃
기상청 제공

[교육현장에서] 작은 학교의 기쁨과 슬픔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현재 12학급의 작은 학급이다. 지금도 작은데 내년에는 9학급 수준으로 줄어들 게 확정적이다. 학교 위치가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있고 3호선 지하철역이 바로 근처에 있지만 저출생의 직격타를 인근에서 제일 빠르게 맞았다. 5년 안에 근처 초등학교들도 우리 학교와 비슷한 비율로 학생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대부분 학교의 학급수가 작아지는 데에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먼저 구도심이라고 불리는 곳보다는 신도시라고 불리는 곳에 신혼부부와 아이들이 많다. 여기서 차로 25분 정도 걸리는 신도시에는 한 학년에 10반씩 있는 학교들이 몇 개나 된다. 그곳은 입주를 앞둔 아파트들이 있어서 학생들이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우리 학교에서 그곳으로 전학 간 아이들도 꽤 있다.

 

학급 규모 축소의 더 근본적인 이유는 출생률이 낮아진 탓이다. 특히 출생 절벽이라고 불리는 18년생부터 22년생 아이들이 순차적으로 학교에 입학하는 25년부터 29년까지가 큰 문제다. 5년 동안 대부분의 학교가 현재 학생 수의 절반으로 줄어드는 게 확정이다. 지금도 작은 우리 학교가 5년 뒤에 학생 수가 절반이 된다면 그땐 폐교되거나, 학년 통합반을 운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교사 입장에서는 작은 학교는 기피 대상이다. 30학급이라면 30명의 교사가 나눠서 하던 100가지의 일을 9학급에서는 9명이 나눠서 해야 한다. 이미 기본 업무부터 3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EBS 다큐 '교육격차'에서 한 교장 선생님은 “(작은 학교에) 스스로 나서서 오시겠다는 분이 안 계신다. 그럼 떠밀려 오게 된다. 특별히 어떤 열정과 사명감이 불타는 교사가 아니면 잘 안 온다.”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는 데 현실을 정확히 짚은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작은 학교를 피하고 싶다고 모두가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처음 교사가 된 신규 선생님, 타 지역에서 전입한 교사 등이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학교에 발령받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원치 않는 학교에 왔어도 교사로서의 역량은 비슷하여서 수업의 질 자체를 걱정할 건 없다. 다만 기본 업무가 3배라는 사실이 교사들을 지치게 만든다.

 

학급 규모가 줄어드는 학교를 학부모들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도 작은 학교의 슬픔 중 하나다. 10년 전에 이 학교에서 근무했을 때는 아무도 전학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8명 정도가 상담 때 전학을 언급했다. 아이들끼리 다툼이 있었을 때 작은 학교에서는 그들을 나눠놓기 어려운 게 전학을 고려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작은 학교의 기쁨은 대체로 아이들의 기쁨이다. 내가 맡은 학년은 올해 1박 2일 야영을 포함해서 총 5번의 체험학습을 갔다. 여름이면 대형 수영장을 설치해서 전교생이 돌아가며 물놀이하고, 체육관이나 실습실 같은 특별실을 한 반이 온전히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운동장과 필로티에서 뛰어노는 것도 제한이 없다. 교사가 전교생의 이름을 얼추 다 알고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건 다 작은 학교라서 가능한 일이다. 작은 학교에는 기쁨과 슬픔이 뒤섞여 굴러간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