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부는 자연적 인구 감소에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감소는 곧 대학과 같은 고등교육 기관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인재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과 비용이 소요되는 순수 예술 분야는 문화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돈이 되는 상업 예술 분야로 인재가 몰리면서 일부 대학의 순수예술학과는 정원 미달로 인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연말 경기신문은 그 어느 때보다 찬바람이 불고 있는 순수 예술 시장의 위기를 분석하고 저출생과 상업 예술 사이에서 길을 잃은 순수예술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저출생 시대, 줄어드는 학생 수…예체능 계열은 정원미달
②스타 음악가가 끌어가는 음악 시장…많은 음악가들은 생계유지도 어려워
③음악계 저변 넓히는 관심과 정책 필요
정원 미달, 양극화 등 축소되는 클래식 음악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예술인들이 무대에 설 기회를 마련하고 세심한 예술정책 마련으로 구조적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답이 될 수 있다.
□ 클래식 교육으로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 높여야
음악계 관계자는 교육 프로그램의 확대를 한 가지 답으로 꼽았다.
대다수 부모들은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클래식 음악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어릴 적에는 악기 교육을 시키지만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면 음악 활동을 끊고 보습교육에 집중한다.
예중이나 예고와 같은 입시 교육 외에도 클래식 교육을 지속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초를 닦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음악계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교육이 정서 발달과 창의력 증진에 도움이 되는 것을 알고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시키지만 초등학교 입학 후엔 거의 시키지 않는다”며 “지속적인 클래식 교육이 클래식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좋은 공연장과 인프라 구축
음악시장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양질의 연주회가 개최돼야 한다. 클래식 입문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지속적으로 연주회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좋은 공연장과 시설 등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임희준 부산시립합창단 부지휘자는 “좋은 무대 좋은 소리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것은 많은 관객을 이끈다”며 “연주회가 많아지면 연주자들의 고용이 안정됨은 물론이고 시민들도 새로운 문화 향유 콘텐츠가 생겨 클래식 저변이 넓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예술정책
경기도에서는 작년부터 ‘예술인 기회소득’을 시행하고 있다. 예술인들에게 예술을 포기하지 않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회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해 경기도민 누구나 문화생활을 영위하게 하는 정책이다.
연간 150만 원은 예술인들에게 단비 같은 지원금이 되지만 문체부의 예술활동준비금과 중복지원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예술인 A씨는 “경기도의 ‘예술인 기회소득’은 좋은 시도였고 경기도에서 처음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실효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예술인 등록이 많이 밀려있는 것도 문제고 지속적이고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와 경기아트센터가 시행한 ‘기회소득 예술인 상설무대’는 무대에 설 기회가 없는 예술인에게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호평 받았다.
하재송 총신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는 “스타 음악가가 아닌 어렵게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음악가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이 계속돼야 하고 이런 것들이 전체적인 클래식 시장의 수준을 높인다”면서 “학생들도 이런 점을 보고 비전과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회소득 예술인 무대’에 대해 아쉬운 점도 있다. 예술인 A씨는 “디테일한 부분이지만 경기아트센터에서 진행한 ‘기회소득 예술인 무대’는 네이밍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정책 취지를 알리는 것은 좋지만 기회소득을 받는 예술인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 4대 보험과 적용하는 등 제도적 기반 마련해야
클래식 업계는 사회보장제도인 4대 보험 적용이 어렵다. 도 오케스트라나 시립교향악단을 제외한 사립 단체들은 4대 보험 가입 조건을 맞추지 않고 계약을 한다. 일정 시간 이상 근무 등 조건을 피해 계약을 맺어 보험 적용이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퇴직할 때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받을 수 있는 실업급여도 받을 수 없다.
예술인 B씨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단체들도 있긴 한데 극소수”라며 “상위 몇 개의 단체 빼고는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장종수 직장갑질 119 노무사는 “예술인 같은 경우에는 4대 보험 의무 적용 대상자가 아니라 고용보험법이나 산재법에 예술인 고용법을 따로 두고 고용보험 가입 규정과 산재보험 규정을 두고 있다”며 “그런 것들이 신설돼서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겠지만 애초에 예술인들을 따로 근로자로 규정하기 않고 예술인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을 드는 것은 취약한 예술인들을 계속해서 방치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며 말했다.
□ 해외 시장으로 눈 돌리며 일자리 창출
국악의 경우 한국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외에서 공연할 때 전통적인 공연의 색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며 한국적 정서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2의 한류 바람이 불 때 예술인들도 해외로 진출하는 등 적극적인 활로 모색을 해야 한다.
예술인 C씨는 “해외에 공연을 나가보면 분명 자리가 많다”면서 “강사를 파견해 달라는 사람이 많은데, 제도적으로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