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팬덤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돌 응원봉이 시위 현장에서 새로운 활용도로 주목받고 있다. 시위 참여자들이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나오면서 이색적인 시위 풍경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응원봉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대규모 시위 이후 온라인 쇼핑몰과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응원봉 검색량과 거래량이 급증했다. 이커머스 11번가에서는 실시간 쇼핑 검색어 1위에 응원봉이 올랐으며, 네이버쇼핑에서도 한때 인기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같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시위 목적으로 응원봉을 찾는 게시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판매자들은 ‘시위템(시위+아이템)’이라는 키워드로 게시물을 올리거나 응원봉을 대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구매층 역시 기존의 젊은 세대를 넘어 노년층까지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디에서 응원봉을 살 수 있느냐”는 60대 이용자의 질문도 등장했다.
아이돌 응원봉이 시위 도구로 활용되면서 새로운 시위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2030세대 여성을 주축으로 한 참가자들은 촛불 대신 각자 소지한 응원봉을 거리로 들고 나오며 화제가 됐다. 외신도 이를 주목했다. BBC는 “(집회) 주최 측이 K팝을 틀자, 군중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흔들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집회 참가자들이 K팝을 틀고 뛰면서 응원봉과 LED 촛불을 흔들어 댄스파티를 연상케 했다”고 전했다.
응원봉 수요가 급증하며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이돌 응원봉 가격은 3~5만원이지만, 온라인에 올라온 일부 응원봉의 가격은 2~3배 오른 상태다. 공식 판매처의 재고 부족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응원봉을 활용한 시위 문화가 참여율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위 현장이 콘서트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연출되며 참여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며 “타인의 참여를 이끄는 외부 효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