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문턱을 높였던 주요 은행들이 새해를 맞아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실수요자 중심의 자금 공급을 재개할 계획이다. 다만 대부분의 은행이 유지하고 있는 다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규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내년 1월부터 현재 적용 중인 가계대출 규제 가운데 일부를 없애거나 완화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 현재 1억 원으로 묶인 주택담보 생활안정자금 대출의 한도를 늘리거나 폐지하는 방안, 지난 8월 중단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부활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NH농협은행도 오는 30일부터 비대면 직장인 신용대출의 판매를 재개하고, 내년 1월 2일부터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도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 기업은행 또한 생활안정자금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주로 실수요 성격이 강한 대출부터 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은 앞서 17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의 한도를 2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MCI와 대출 모집인을 통한 대출도 다시 취급하기 시작했다. 하나은행도 지난 12일부터 내년 대출 실행 건에 한해 비대면 주택담보·전세자금대출 판매를 재개했으며, 우리은행 역시 비대면 가계대출 중단 조치를 오는 23일 해제할 예정이다.
이 같은 완화 조치는 내년 1월부터 새로운 대출 총량 규제가 적용되며 여유가 생기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출 수요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출 금리도 내년 초부터 낮아질 가능성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실수요자의 불편을 줄이고 자금 공급을 원활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0일 “내년에는 대출 쏠림 현상을 방지하며 평탄하게 관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주택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매를 투기 수요로 간주해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주택 보유자가 수도권 주택을 추가 구입하거나 다주택자가 추가로 집을 살 경우 대출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실수요보다는 투자 목적이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총량 관리에 여유가 생겨도 규제를 풀 명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