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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리장은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내림장”… 천리장 전수자 김지나씨

대한민국식품명인 50호 윤왕숙씨…딸 김지나씨 고문헌에서 천리장 명칭 찾아내
어머니 손맛 이어가며 논문 작성하고 강연 이어가…"해외로 진출해 장 맛 알릴 것"

 

조선시대 양반가였던 파평 윤씨 집안에는 대대로 내려오는 ‘내림장’이 있었다. 그해 난 메주를 소금물에 숙성시켜 만든 간장인 감청장에 소의 우둔살을 가루로 만들어 가마에 오랜 시간 졸여낸 ‘천리장’이다. ‘천리 길을 들고 가도 상하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천리장은 간장에 고기맛을 더한 최고의 장이다.

 

파평 윤씨 35세손인 윤왕순씨는 집안의 내림장을 계승하고 재현해 2013년 대한민국식품명인 50호로 지정됐다. 그의 딸이자 전수자인 김지나 박사는 ‘고기장’이라고 내려오던 내림장을 연구해 고문헌에서 천리장이라는 명칭을 찾아내고 기록했다. 조선시대 의궤와 고문헌 ‘산림경제, ‘오주연문장전산고’, ‘증보산림경제’ 등에도 기록된 천리장은 어머니에서 딸로 그 맛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우리나라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해외에 그 가치를 전파할 천리장 전수자 김지나 씨를 만났다.

 

 

Q. 천리장에 대해 소개해달라

 

A. 천리장은 ‘천 길을 가도 상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장이다. 어떤 음식과 어울려도 그 특유의 감칠맛과 진한 소고기 맛으로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만드는 천연 조미료다. 천리장과 명인인 어머니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기원을 찾아보니 조선시대 의궤에 쓰여 있었다. 의궤엔 궁에서 임금님이 드셨던 음식들이 적혀 있는데 거기에 천리장이 있었다. 그 옛날에 집안의 귀한 재산이었던 소를 재료로 만든 장이니 임금이나 양반만 먹었다고 전해진다.

 

천리장은 반드시 감청장을 사용한다. 그 해 만든 맑은 햇장은 아주 달고 맛있어서 감청장이라고 한다.

 

감청장은 매해 12월 메주 만들기부터 시작한다. 직접 농사지은 좋은 콩을 맑은 물에 씻어 무쇠 가마솥에 한 가득 넣어 삶고 성형틀에 넣으면 메주가 완성된다. 숙성 과정에서도 겉말림, 속말림, 후숙성의 단계를 제대로 거쳐야 한다. 발효와 썩음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라 각 단계에서 유익한 곰팡이가 피어나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메주의 형태를 만들고 사람 체온 정도의 36~37도의 황토방에 볏집으로 매달아 곰팡이가 피기를 기다린다. 곰팡이는 흰색, 푸른색, 회색을 많이 띨수록 좋고, 검은색이 많으면 좋지 않다. 겨우내 메주를 말리고 나면 정원, 입춘(설 말)이 지나면 장 담그기를 한다. 장독 안에 메주를 넣고 3~5년 묵혀 간수가 빠진 질 좋은 신안 소금으로 낸 소금물을 넣는다. 40~50일이 지나 장 가르기를 하면 감청장이 만들어진다.

 

감청장에 고깃가루를 넣고 졸이면 천리장이 된다. 오래 졸이니 보존성도 높아지고 영양가도 높다.

 

 

Q. 천리장을 만들 때 주의하는 점이 있다면

 

A. 장 맛의 근원이 되는 건 ‘고초균’이다. 집에 떠다니는 고초균이 메주에 들어가야 장이 완성된다. 따라서 메주를 발효시키는 주변환경이 맑고 깨끗해야 한다.

 

어머니 윤왕순 명인이 자리 잡은 전북 완주군 경천면은 메주를 발표시키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완만한 산과 너른 평야지대로 해가 떠서 질 때까지 햇빛이 가리는 일이 없고, 장맛을 결정짓는 물도 축사가 없어 맑고 깨끗하다. 연고가 있는 사람만 마을에 들어갈 수 있으며 상여가 지나갈 수 없다.

 

‘증보산림경제’에는 ‘일반적으로 장을 만드는 소금은 은밀한 창고에 깊숙이 두어야 하고 반드시 남풍을 피해야 한다. 반드시 몇 개월 동안 쌓아 두어 간수가 다 빠진 것이라야 맛이 좋다’고 했다. 쓴 맛이 나지 않도록 3~5년 동안 묵혀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한다.

 

Q. 천리장이 다른 장과 차별화된 점이 있다면

 

A. 일단 맛이 다르다. 고기 맛을 따라올 수가 없다. 우리나라 좋은 콩을 가지고 만든 간장에 고기맛을 더했으니 맛이 뛰어나다. 고기 맛의 핵심은 핵산인데, 다시다처럼 감칠맛을 냈으니 천연 조미료인 셈이다. 여기에 어머니의 경험치가 누적돼 최고의 장이 완성된다.

 

Q. 천리장을 전수하며 지켜나가는 가치는 무엇인가

 

A. 사실 어머니가 하시던 걸 저는 안하려고 했다. 너무 고되고 힘든 일이었다. 그 때 명인 심사를 하시던 교수님이자 어머니 스승인 윤수자 교수님이 저를 불렀다. 그래서 어머니의 손맛을 이어받고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제 성격이 해야 하는 건 잘해야 되는 성격이다. 못 하는 게 싫어서 열심히 한 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 어머니도 명인이 됐지만 점점 나이 들어가고 이걸 하지 않으면 뺏기게 된다.

 

요리계에서도 새로운 것이 나오면 바로 카피한다. 미디어에 노출될수록 블로그에 정보가 올라오고 유명셰프가 재해석했다는 사례도 생기고 자체적으로 천리장을 만들어 파는 경우도 생겼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특허 등록, 상표 등록을 했다. 어머니를 도우며 데이터를 다 축적했는데 억울한 경우가 있다. 법적으로 천리장을 보호할 방법을 찾고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려 한다.

 

 

Q. 우리나라의 ‘장 담그기 문화’ 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천리장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가

 

A. 일단 천리장을 알리는게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천리장이 알려지면 셰프들이 베끼고 파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천리장이 일반인에게 생소하지만 데이터 축적이 잘 돼 있다. 천리장은 사람의 감과 축적된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카피해선 맛을 구현할 수 없다. 앞으로 해외로 나갈 계획이다. 올 가을에 미국 바이어도 만났고 중국 바이어도 만났다. 소고기 함량 때문에 화물로 운송해야 하는데 배워야 할 게 많다.

 

Q.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A. 요즘에는 요리를 할 때 조리 과정이 번거롭고 시간과 노동력이 많이 들어 맛집을 찾아가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식이 재료 손질부터 시작해서 노력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음식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고서는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없다.

 

생활 패턴도 많이 바뀌었지만 천리장은 스토리가 있고 맛을 전해오고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해 오신 일을 이어가야 한다. 집에서 내려오던 장을 제가 문헌으로 근거를 밝혔고, 제가 하지 않으면 사라지게 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강의를 나가고 기능장 시험을 보면서 음식에 있어서 기본을 지키려고 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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