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1500원을 넘보고 있는 고환율과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금리를 한 차례 묶어두며 시장 상황을 점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내 경기 회복이 더뎌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달에는 금리 인하가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6일 오전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이하 통방회의)를 열고 현재 3%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기로 했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씩 인하했으나 이번에는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의 이번 금리 동결의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환율이다. 지난해 11월 말 1396원대를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12·3 계엄 사태와 그에 따른 탄핵 정국을 거치며 1450원선을 넘어섰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환율 상승을 부추겨 물가와 금융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이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낮춰 잡고 있다. 우리나라만 기준금리를 낮춰 양국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 환율을 자극하고 외국인 자금유출이 빨라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나타날 경제 불확실성도 매우 크다. 트럼프 당선인의 대표적인 공약인 관세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우리나라의 수출 둔화 우려도 커진다. 이에 한은은 현재 상황을 유지하며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의 변화와 오는 28~29일 연준의 메시지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결정문(이하 통방문)을 통해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증대됐다”며 “향후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통방회의를 앞두고 기준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던 만큼, 다음 달부터 다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현재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전망하는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2%에 미치지 못하고, 내수부진과 수출둔화로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금통위 역시 "지난해 및 올해 성장률은 11월 전망치(24년 2.2%, 25년 1.9%)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성장경로에는 국내 정치 상황 변화, 정부의 경기대응책, 미 신정부의 정책방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성장률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국내 정치 상황 및 대내외 경제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및 환율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 및 속도 등을 결정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