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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삶의 재발견

 

느긋이 잘 자고 일어났다. 어젯밤 외롭지 않도록 친구가 보내준 음악을 듣고 마음을 정리한 결과이다. 잘 자면 다음 날 아침 기상이 상쾌하고 마음의 결이 부드럽다. 세상 또한 잘 살면 죽음 또한 그럴 것이다. 옷을 갈아입고 오래도록 내 자리요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머물고 싶은 책상 앞에 앉았다. 멀리서 사는 아이들과 내게 강의를 받는 회원에게 덕담 문자를 보내고 산길로 들어섰다.

 

걸으며 생각하며 때로는 산속 의자에 앉아 명상에 잠기기도 한다. 학교생활을 끝내고 서울로 가서 고생하던 때였다. 나 없는 줄 알면서도 시골집을 찾아가 어머니에게 명태를 선물로 드리며 손을 꼭 잡고 위로해 주고 돌아갔다는 배 업 선생이 떠오른다. 내 집 마련할 때 적금을 해약하여 자금을 빌려준 고향 친구도 생각난다. 속으로 이 친구를 만나서 그 말하며 식사라도 하리라고 마음먹고 메모를 한다. 그리고 내가 이 땅에 와 발붙이고 살겠다고 고민하며 힘들어 할 때 손을 내밀어준 분들을 생각하며 사람이 제 혼자 사는 것 아님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새 아침이다.

 

집으로 돌아와 올해의 독서 계획을 생각해 본다. '유머가 인생을 바꾼다'는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책 속에는 일찍이 세계적으로 175개국에 회사를 설립하여 경영하는 IBM 창설자 톰 왓슨 회장 이야기가 있다. 회사의 한 간부가 위험부담이 큰 사업을 벌였다가 천만 불이 넘는 엄청난 손실을 냈다. 그가 왓슨 회장에게 불리어 갔다. 간부사원은 죽어가는 소리로 “사표는 써왔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왓슨 회장은 당치도 않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지금 농담하는 건가? IBM은 자네의 교육비로 무려 천만 불을 투자했단 말일세” 했다고 한다. 아이비엠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톰 왓슨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유머 같은 진실이 있었다는 것이 돋보였다. 돈 잃고 속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손해비용 = 교육비용’이라는 넉넉한 유머 감각으로 간부의 실수를 끌어안았기에 돈은 잃었지만, 사람은 잃지 않았다. 그리고 유머 카리스마라는 전설 같은 절대적인 권위를 남겼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배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살아남으려 전전긍긍하는 사람이나 끊임없이 자기가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욕망을 재생산한다. 동물 중에 먹을 만큼 먹어서 배가 부른데도 토할 때까지 더 먹는 생명은 사람과 양이라고 한다. 뱀은 토끼 한 마리를 삼키면 소화가 되는 한 달 내내 꼼짝도 안 한다고 한다. 뱀의 해이니 먹을 만큼만 먹었으면 싶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정치적 사회의 가장 큰 암 같은 권력도 누릴 만큼 누렸으면 남 말 듣지 말고 내려놓을 줄도 알았으면 좋겠다.

 

정치적 재난이랄까. 1970 - 80년대의 한강의 기적이 나이든 세대와 같이 저물어가는 황혼의 시대 같은 느낌이 든다면 잘못된 판단일까. 5·16, 5·18 때의 폭력과 희생을 소환하는 것 같은 일은 다시 없기를 정갈한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새해 나의 특별한 독서 계획은 없다. 단 한 가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소설과 유머에 관한 책을 읽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역사학자 린 헌트는 인권이 18세기에 ‘발명’되었다고 한다. 그는 '인권의 발명'에서 ‘미국독립선언’과 프랑스의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의 기원이 대중소설이라고 했다. 문학이 인간의 권리를 ‘발명’하고 사회를 변혁시켰다는 역사학자의 말에 나는 귀를 기울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찍부터 고대소설을 보면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하며 삶의 가치관의 의문을 품게 했다. 그리고 소설은 대중들에게 균형 감각과 공감 능력을 향상하는 교육의 효과가 컸다.

 

책을 읽는 사람은 읽기 전의 자기와 달라져야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악에 관한 것과 비천하고 혐오스러운 인간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고민한 대 작가이다. 그래서라기보다 올해 뱀의 해에는 적게 먹고 마시며 역사적인 소설을 주로 읽어보겠다는 생각이다. 죄 없는 존재로 남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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