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6%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12·3 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제 심리가 얼어붙어 소비 등 내수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20일 '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시 한국은행의 경기평가'를 통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0.2~0.3%포인트(p) 가량 하락한 1.6~1.7%로 전망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상한 바 있다.
성장률 전망치가 기존보다 하락한 것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 국장은 "지난해 12월 예상치 못한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정치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 영향으로 올해 성장률이 0.2%p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기존 예상치(0.5%)를 하회하는 0.2% 또는 이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성장률 전망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4분기 성장률은 이듬해 성장률에 이월되는 효과가 있다.
그는 "카드사용액은 12월 말부터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됐고 고가 비중이 높은 수입자동차 판매도 12월 중 더욱 위축됐다"며 "건설투자도 12월 아파트 분양실적이 당초 계획을 크게 하회하는 등 지난해 4분기 중에 부진이 더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4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하회함에 따라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2.2%)보다 0.1~0.2%p 낮은 2.0~2.1%,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 역시 1.6~1.7%로 하향 조정됐다.
변수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의 해소 시기다. 이번 전망은 지난해 4분기 말 높아진 정치 불확실성이 1분기까지 지속되다가 2분기부터 점차 해소돼 하반기 중으로 경제심리가 회복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의 진행 정도에 따른 내수의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정치 불확실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점”이라며 “향후 정치 불확실성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만약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완화된다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크기도 더 작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의 추가적인 경기부양책도 주요 고려사항으로 꼽았다. 이 국장은 "여·야·정 합의를 통해 추경 등 경제정책이 빠른 속도로 추진된다면 경기 하방압력을 상당 부분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국장은 "지난해 11월 한은은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정책이 크게 강화한다고 가정해 경제전망을 했다"며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경제정책들이 보다 구체화될 텐데, 이에 따라 우리 경제가 받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2월 전망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 요인의 전개 양상과 추가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확인해 새로운 전망 경로를 제시할 예정"이라며 "정치 불확실성이 고조되지 않고, 정치와 별개로 경제정책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 대외적으로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국내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필수"라고 부연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