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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심우도] 헌재(憲裁)의 시간

어쩌다 헌법은 서릿발 같은 힘을 지니게 됐나?

 

‘악법도 법이다.’와 같은 법언(法諺·법 관련 격언)만 해도 으스스한데, ‘법 위의 법’이라는 헌법(憲法)이 있단다. 계엄-탄핵 사태에 어문학적으로 헌법을 톺아보자.

 

요즘은 ‘군사경찰’이지만, 예전에 헌병(憲兵)이라면 높고 낮은 계급의 장병들이 괜히 떨었다. 물론 그 이름은 왜놈들 치하의 찌꺼기(잔재)였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에 울려 퍼진 선언, 국민과의 약속을 헌 신발짝 삼은 권력에게 저 위엄은 추상이었다. 그래서 또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다.

 

헌재는 헌법을 다룬다. 헌병의 ‘헌’도 그 憲자다. 썩었다 싶으면 가을 서릿발처럼 대통령도 패대기치는 ‘어마무시’한 헌재의 시간이 다시 왔다. 다음은 헌법의 (사전적) 의미다.

 

- 국가 통치체제 기초에 관한 근본 법규의 총체.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타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최고 법규다...

 

憲자의 고대로부터의 뜻은 ‘법규(法規)’ 보다는 보배우는(보고배우는) ‘모범’에 가까웠다. 배우고 따라야 할 ‘길의 이치’ 즉 도리(道理)의 개념으로 생성(生成)돼 쓰였다(고 본다).

 

오늘날 憲의 훈(訓)과 음(音)은 ‘법 헌’이다. 法의 한 가지, 즉 ‘어떠어떠한 법’의 의미로 현대사회에 뿌리내린 것이다. 훈음은 天을 ‘하늘 천’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풀이이다.

 

동아시아 처음으로 왜(倭 일본)가 제 몸을 열어 서양문물을 받아들일 때 서양 국가의 바탕 법칙인 콘스티튜션(constitution)을 憲法이라고 번역했다. 憲이 法과 함께 새로운 정의(定義 definition)로 제도화(制度化)된 것이다.

 

왜로부터 이를 받아들여 개화기 우리나라에서는 1896년 서재필의 독립신문이 처음 헌법이란 어휘를 썼다. 헌병도 그 무렵에 들어왔고, 헌법에 따른 정치라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헌정(憲政)이란 말은 1907년에 처음 쓰였다.

 

세상이 변하며 그 말의 터전이 바뀐 것이다. 이제 憲이 본보기나 모범이었음을 짐작하는 이는 거의 없다. 허나 ‘본보기 법’ 또는 ‘법의 모범’과 같은 의미로 그 명맥이 살아있다.

 

집 면(宀) 예쁠 봉(丰) 눈 목(目) 마음 심(心) 등 멋진 글자들의 합체로 근엄한 뜻을 품는 것으로 보이지만, 원래 憲자의 첫 역사는 그림이었다. ‘상형문자의 의의이다.

 

높은 사람이 썼을 큰 투구 아래 가로로 눈(目)을 그렸다. 나중에 마음 그림(心)이 붙었다.

 

갑골문(甲骨文) 시대 저 그림의 ‘화가’인 황하(黃河) 유역 사람들은 제 화의(畫意·그림의 의도)를 안 남겼다. 해석이 분분한 까닭이다.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도 같다. 문명의 고고학이다.

 

신비스런 점은, 알타미라는 이집트상형문자처럼 관광지로 살아남았고, 갑골문은 역사를 꿰뚫는 문명의 기호 즉 문자(한자)로 지금도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이다.

 

한자사전 자원(字源) 풀이를 잘 보면 4천여 년 문자의 변천과 디자인화(化) 과정이 보인다. 인류 최고(最古) 최대(最大)의 그림창고인 것이다. 지금도 뜻과 모양의 변화는 계속된다.

 

그래서 문해력은 저 그림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헌법을 제대로 아는 것의 바탕이기도 할 터다. 헌재는 이 황당한 상황을 어떻게 읽고, 어떤 추상을 결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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