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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거대 중국의 역습 上…자본·개발력 업고 韓 게임 시장 점령

한한령 이후 K-게임 경쟁력 약화
中, 탄탄한 내수시장에 확장 강화
모바일 넘어 PC•콘솔시장도 영향
실질적 ‘게임 진흥책’ 필요성 대두

'메이드 인 차이나'가 글로벌 산업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거듭해 경쟁력을 갖추며 여러 산업 영역의 강자로 급부상했는데 국내 게임·유통 산업에서도 중국의 역습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신문은 거대 자본·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이 국내 게임·유통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글로벌 게임 강국으로 불리던 한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중국 게임이 단기간에 크게 약진하면서다. 중국은 탄탄한 내수시장 및 대규모 자본·인력을 무기로 활동반경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중국 게임산업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53% 성장한 3257억 8300만 위안(약 65조 원)을 기록했다. 게임 이용자 규모는 6억 74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0.94% 증가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은 한국 게임사들의 주요 공략지로 통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한 만큼 시장 규모 자체가 커 한국 게임사에 중국은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다.

 

당시 한국 게임은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췄다고 평가받으며 중국 현지에서 두터운 팬덤을 형성했다. 덕분에 '한국 게임'이라는 그 자체가 경쟁력이 돼 중국 현지에서 큰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실제 일찌감치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위메이드 '미르의전설2', 엠게임 '열혈강호 온라인' 등 국산 게임들이 중국 현지에서 대흥행하며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중반의 한국 게임은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중국에서 대흥행에 성공했다"면서 "이때 현지에서 히트했던 국산 온라인 게임들은 중국의 '국민게임'으로 자리매김하며 안정적인 수입창출원이 됐다. 대부분의 게임은 약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중국 게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있다"고 말했다.

 

 

◇ 한한령 이후 中서 K-게임 입지 약화 

 

중국이 지난 2017년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을 발동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한국의 중국 게임 수출길은 몇 년간 완전히 막혔다. 

 

실제 한한령이 발동되기 전인 2014~2016년에는 총 48개의 국산 게임이 중국 서비스를 허가받았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신규 서비스를 개시한 한국 게임은 단 1개도 없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개, 2개 만이 중국 서비스에 성공했다. 

 

중국 정부는 게임 수입뿐 아니라 자국 내 게임 산업 규제 수위도 높였다. 지난 2021년 중국 정부는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규정하고 약 8개월간 게임 허가(판호) 발급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2년 전부터 빗장이 풀리기 시작하며 국산 게임이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업계는 예전과 분위기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게임 수출길이 막힌 지난 6~7년 동안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 역량이 빠르게 성장한 데다 중국 게임 이용자들의 눈높이 역시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장기간 중국으로의 게임 수출이 불가능해지면서 게임 개발 시점과 중국 현지 서비스 개시 시점 간 큰 간극이 생긴 것도 한국 게임의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한국 게임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한국 게임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0.6%에 이르렀지만, 이후 2023년까지 35.3%, 34.1%, 30.1%, 30%로 매년 감소 추세다.
 

 

◇ 수준 높아진 中 게임, 한국·글로벌 게임 시장 점령

 

국산 게임이 중국 시장 공략에 난항을 겪는 동안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 역량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중국 게임은 내수 시장뿐 아니라 한국 게임 시장에서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며 한국 게임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 주요 앱 마켓(구글 플레이스토어·애플 앱스토어·원스토어)에서 최고 매출을 올린 게임 퍼블리셔 10개 중 5곳이 중국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퍼스트펀 '라스트 워: 서바이벌' ▲조이넷 게임즈 '버섯커 키우기' ▲센츄리 게임즈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호요버스 '원신·붕괴·젠레스 존 제로' ▲슈퍼셀(텐센트 자회사) '브롤스타즈' 등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라스트 워: 서바이벌과 버섯커 키우기는 한국 모바일 게임 수익 순위에서 2위와 3위를, 다운로드 순위에서 1, 2위에 오르며 지난해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라스트 워: 서바이벌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한국에서 올린 수익은 약 2억 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3배 증가했다. 한국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은 이 게임 전체 수익의 21.4%에 해당한다. 동기간 동안 버섯커 키우기는 한국 시장에서 1억 4000만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이는 전체 수익의 31% 수준이다.

 

 

중국 게임의 공습은 모바일을 넘어 PC·콘솔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게임사이언스가 개발한 AAA급 게임 '흑신화: 오공(黑神话:悟空)'은 지난해 8월 출시돼 첫 주에만 1200만 장이, 한 달 만에 누적 2000만 장이 판매됐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 출시 이후 동시 접속자 24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2위 기록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게임 축제에 출품된 중국 게임을 접했을 때 높은 수준에 놀랐다"면서 "중국 게임의 경쟁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오공의 대흥행으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게임산업 부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개발 중인 중국 게임 역시 상당한 수준을 갖췄다"면서 "향후 오공을 잇는 중국의 AAA급 대작 타이틀이 쏟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거대자본 업은 中 게임 공룡 등장...텐센트, 글로벌 시장 장악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은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 글로벌 대형 게임사 등장과도 연관이 깊다.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함에 따라 글로벌 게임 시장 패권이 중국으로 쏠리며 자연스럽게 게임 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인스턴트 메신저 QQ로 사업을 시작한 텐센트는 2000년대 후반부터 글로벌 게임사에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 2008년 라이엇 게임즈 지분 취득을 시작해 2015년에 100% 인수한다. 라이엇 게임즈는 세계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곳이다. 

 

텐센트는 '포트나이트' 등으로 유명한 에픽게임즈 지분 40%, '클래시 오브 클랜'을 만든 슈퍼셀의 지분 84%를 보유하고 있다. 유비소프트, 블리자드 등의 지분도 일부 보유 중이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 투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크래프톤, 넷마블, 시프트업의 2대 주주이며 카카오게임즈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는 한국 게임사들의 게임을 퍼블리싱하며 매출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텐센트가 퍼블리싱하는 모바일게임과 비게임 앱을 합친 매출 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은 6.4%, ‘배틀그라운드’는 5%, ‘승리의 여신: 니케’는 3%를 차지했다. 

 

 

◇ 對중국 투트랙 전략 필요성 대두

 

이처럼 중국이 게임 시장을 점령한 가운데 한국 게임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게임사와 정부 당국 모두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는 한국 게임사들이 MMORPG에 집중됐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중국 대형 게임사와의 커넥션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중국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한국 게임사들은 서브컬처, 액션 RPG, 루트슈터, 전략 시뮬레이션 및 퍼즐·머지 등 다양한 장르 신작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에 치중됐던 BM도 다각화한다. 월 정액 패스, 치장성 아이템 등 새로운 BM을 개발해 매출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있다.

 

또 정부 차원에서 한국 게임사를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 게임사들은 국내 게임 시장에서 법적 규제를 피해 영업을 지속하고 있는데 즉각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장기화는 국내 게임사와의 불공정 경쟁이 심화될 뿐 아니라 국산 게임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우려로 지적된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의무화된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적발된 261건의 법 위반 행위 중 60% 이상이 해외 게임사(59개사)에서 비롯됐다. 시정 완료율은 평균 77%에 그쳤다. 국내법을 위반한 해외 게임사 대부분은 중국 게임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게임을 수출하기 위해 우리는 '판호'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중국 게임의 국내 수입은 비교적 간단하게 이뤄진다"며 "이 과정에서부터 국산 게임은 불공정 경쟁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사전 심의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로 중국 게임의 한국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엄격한 사후 심의를 통해 기준 미달인 게임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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