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장들과 만나 최근 금융권의 CEO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을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지배구조 관련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실제 운영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의미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금융사고와 관련해서는 경영진들이 직접 조직문화 쇄신에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은행회관에서 국내 20개 은행의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이 당면한 현안 및 발전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그는 "취임 이후를 돌아보면 감독당국과 금융권이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 시간이었다"며 "서로를 믿고 상호 협력했기에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원장은 ▲주주가치 제고(밸류업) 및 지배구조 선진화 ▲자산·상품 쏠림 리스크 관리 ▲실질적인 내부통제 강화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공급 등을 당부했다.
그는 "최근 주주환원 확대 등 은행권의 밸류업 정책이 자본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은행의 재무건전성 확보가 전제돼야 하므로 손실흡수 능력 확보 등 자본적정성 관리와 자율적인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추를 적절하게 맞춰달라"고 전했다.
이어 "지배구조와 관련해 모범관행 도입, 이사회 소통 정례화 등 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최근 CEO 선임과정 논란과 이사회 견제기능 미흡사례 등을 보면 실제 운영과정에서의 아쉬움이 남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은행들이 각 특성에 맞는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에 더욱 노력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특정 자산 및 상품 판매와 관련한 쏠림 문제와 관련해 안정적으로 리스크가 관리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지난해 금리 인상 및 주택가격 상승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계부채 쏠림이 우려됐으나 은행권의 자율적인 관리 노력으로 안정적인 흐름이 유지됐다"며 "올해도 가계부채가 명목 경제성장률(3.8%) 이내로 관리되고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등 상환 능력 심사 관행이 확립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경영진의 단기 실적주의에 따른 밀어내기식 영업 관행으로 인해 ELS 등 고위험 상품으로의 판매 쏠림으로 금융소비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바 있다"며 "당국과 은행권이 함께 마련 중인 개선 방안이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책무구조도 도입 등 내부통제 체질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금융사고가 근절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최근까지도 고위 경영진이 연루되는 등 대형 금융사고의 재발을 목도하면서 내부통제의 질적 개선이 매우 어렵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며 "조직 문화를 과감히 쇄신하고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구현하는 한편 빠른 기술 발전으로 전진하고 있는 IT리스크 관리에도 경영진 여러분이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자금공급도 지속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은행권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만기연장·상환유예 등으로 서민 부담을 경감하고 1조 4000억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지속해왔다"며 "자금중개자로서 은행권의 역할을 고려해 앞으로도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에 대한 자금공급이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채무조정 등 다른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소홀함이 없도록 신경써 달라"고 전했다.
이에 은행장들은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 은행권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최근 금융사고로 인해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취약부문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조직문화 쇄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