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은행권의 대출금리에 반영되지 않은 가운데, 그 이유가 은행들의 우대금리 축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전후로 우대금리를 최대 1.4%포인트(p) 이상 줄이는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의 대출금리 산출 근거를 직접 살펴보기로 했다.
23일 금융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은행권에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별로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해 세부 데이터를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차주별·상품별 준거·가산금리 변동내역 및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리 인하 효과가 자영업자나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들이 많아 금리 산정에 부당한 것은 없는지, 오류는 없는지 등을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p씩 내린 바 있다. 이에 기준금리는 연 3.5%에서 3%로 낮아졌지만 당시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는 4%대를 머물거나 오히려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진 바 있다.
이를 두고 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대금리는 고객을 유치하거나 붙잡아 두기 위해 급여 이체, 카드 사용액 등을 기준으로 이자를 깎아주는 일종의 마케팅 비용으로 은행의 재량적 판단에 따라 정해진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가계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의 지난해 12월 기준 우대금리(가감조정금리)는 금리 인하 전인 9월 대비 눈에 띄게 축소됐다. 우리은행은 우대금리를 2.23%에서 0.82%로 1.41%p 줄였으며 신한은행은 0.65%p, 하나은행은 0.28%p, NH농협은행은 0.24%p, KB국민은행은 0.13%p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문제는 해당 기간 동안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주문을 명목으로 가산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렸다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동안 은행들이 '대출 조이기'를 명분 삼아 가산금리는 올리고, 우대금리는 덜 적용하면서 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제출하는 자료를 통해 기준금리에서 지표금리, 은행별 대출금리로 이어지는 통화정책의 전달 경로를 점검하고 가산금리 변동내역 등을 살펴보겠다는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16일 금융 상황 점검 회의에서 "가계·기업이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