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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천 오폭(誤爆), 다시 발생해선 안 된다

안보위해 희생하는 북부주민들의 생명과 안전 담보돼야

  • 등록 2025.03.10 06:00:00
  • 13면

영상만 보면 흡사 전쟁의 한 장면이다. 국민들이 경악했으니 그 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얼마나 기겁했을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6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2리 인근에서 훈련 중이던 공군 KF-16 전투기가 민가가 밀집돼 있는 마을에 폭탄을 투하했다. 영상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사고로 주민 2명이 중상을, 13명이 경상을 입는 등 1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부상자들 중에는 군 성당에 와있던 군인 2명과, 마을에 있던 외국인 2명도 있었다. 성당 1동과 주택 5동, 창고 1동, 비닐하우스 1동, 화물차 1대도 파손됐다. 집이 부서지는 피해를 입은 이재민은 18가구 40명으로 인근 지역의 콘도나 모텔, 친·인척 집에 머물고 있다.

 

부상을 당한 주민들의 쾌유를 빌며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입은 주민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아 하루속히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주택과 차량 등이 파손, 재산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도 위로를 보내며 관계 당국의 신속한 피해복구와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오폭사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51년에 만들어져 미군의 폭격·사격 훈련장으로 50년간 사용됐던 매향리 주변 사격장과 폭격장, 일명 쿠니사격장에서는 미군의 오폭으로 인해 2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폭발의 진동으로 집에 금이 가거나 엄청난 소음으로 젖소·토끼 등 가축들의 낙태, 주민들의 정신건강 이상 등 피해가 컸다. 이에 폭격 중단을 촉구하는 마을 주민들의 민원과 시위, 집단행동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주민들의 항거로 미군 사격·폭격장은 폐쇄됐고 매향리는 이제 평화·생태의 공간이 됐다.

 

그런데 경기북부지역엔 지금도 포성이 울리는 사격장들이 있다. 이 사고가 발생한 이후 군 훈련장이 산재한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포천에 있는 미군사격장인 영평사격장(로드리게스 사격장)이다. 이곳은 아시아 최대 사격훈련장으로 불린다. 2014년 이후 영평사격장 인근 주민들은 계속되는 유탄·도비탄 사고에 시달려왔다. 2015년 연습용 105㎜ 대전차 포탄이 민가 지붕에, 2016년엔 포탄이 마을 뒷산에 떨어졌다. 분노한 주민들은 2016년 범시민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서울 용산구 미8군 사령부 앞에서의 규탄 시위 등을 통해 대책을 촉구했다. 그리고 10년 가까운 노력 끝에 지난해에야 비로소 갈등이 표면적으로나마 마무리됐다.

 

그런데 이번엔 우리 공군 전투기가 민가로 폭탄을 투하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경기신문(7일자 1면, ‘포천시 민가로 전투기 폭탄 투하…주민 15명 부상’)에 따르면 공군 훈련 중 조종사가 MK-82 폭탄 8발을 투하했는데 좌표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사격장 외부로 폭탄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보도에 의하면 MK-82 폭탄은 건물과 교량 파괴 등에 사용된다고 한다. 폭발 시 직경 8m, 깊이 2.4m의 폭파구를 형성하고 축구장 크기의 살상 반경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 끔찍한 폭탄에 마을로 떨어졌으니 주민들이 분노하고 심각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것은 당연하다. “군부대 훈련이 진행되고 있지만 주민 안전 대책은 미흡했다. 결국 오늘과 같은 사고가 난 것 아닌가”라는 한 주민의 말은 우리의 생각을 대변한다. “국가 안보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군사 훈련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임종훈 포천시의회 의장의 말에 동의한다. 아울러 사고가 나자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과 함께 현장을 방문한 백영현 포천시장이 국회와 정부에 요청한 재난 지역에 준하는 구역 선포도 긍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포천시사격장 등 군관련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에서 주장한 것처럼 이 사건은 공군의 훈련 관리와 안전절차가 심각하게 미비함을 보여준 사고다. 군 기강해이도 의심된다.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철저한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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