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역에서 호매실지구 방향으로 가는 권선로 오른편에는 인조 잔디를 갖춘 축구장과 야구장이 새로 생겼다. 언뜻 보기엔 체육시설이지만 '황구지천 생태수자원센터'라는 이름의 공공 하수 처리 시설이다.
서수원 권역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 공간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로 활용했다. 여기에 하수처리수를 이용해 인근 소하천의 생태를 되살리면서 '일석삼조' 기능의 환경친화적 시설이 완성됐다.

◇서수원 권역 하수를 담당하는 공공하수처리시설
황구지천 생태수자원센터의 핵심은 지하에 설치된 하수처리시설이다. 수원 생태수자원센터와 서호 생태수자원센터에 이어 세 번째로 들어선 공공하수처리시설이다.
기존 하수처리장의 부하를 감소하고 방류수역인 황구지천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건립됐는데 금곡동, 구운동, 입북동, 호매실동, 율전동 등에서 발생하는 하수를 처리하기 위해 황구지천 상류 지역에 건설했다.
황구지천 하수처리시설 최초 계획은 2015년 5월 환경부로부터 시 하수도정비기본계획을 승인받으며 시작됐다. 도시개발로 서수원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자 계획됐다.

이어 실시설계와 공공하수도 설치 인가 승인 등 과정을 거쳐 지난 2020년 4월 착공한 뒤 지난해 12월 25일 준공, 지난 7일 준공식을 개최했다. 10년에 가까운 제반 행정 처리과정과 4년 8개월의 공사 기간이 소요됐고 사업비는 총 1410억 원이 투입됐다.
황구지천 하수처리장은 KSMBR(막여과) 방식으로 하루 최대 4만 5000t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다. 해당 시설에 적용된 공법은 PVDF 재질의 중공사막을 적용한 생물막으로 침전과 여과 및 소독 기능을 대체한 고도 처리 공법이다. 정수기 필터와 유사한 여과 방식이다.
2차 침전지가 없어 하수 처리에 필요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유입된 하수가 여러 단계의 처리 과정을 거치며 법정 방류 수질 기준보다 높은 수준으로 하수를 처리해 방류하도록 설계됐다.
시는 2023년 12월 말부터 하수처리시설 시운전을 시작해 유입된 하수가 방류 가능한 법정 수질 이상으로 처리되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4분기 유입된 일평균 3만 5000t의 하수를 시운전한 결과 방류한 수질은 모두 법정 기준치보다 좋은 수질로 처리됐다.

◇소하천의 생명수가 된 재이용수
황구지천 생태수자원센터는 서수원 권역의 소하천인 호매실천과 금곡천을 풍요롭게 하는 물 공급처 역할을 한다. 서수원 권역의 물줄기를 풍부하게 만드는 데 정화된 물을 재이용하기 때문이다.
시는 황구지천 공공하수처리시설 건설과 함께 하수처리수 재이용 사업을 추진했다. 하수처리를 마친 깨끗한 방류수를 소하천 상류로 보내 건천화를 방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총 3.9㎞의 공급관로를 설치하는 공사에 74억여 원을 추가 투입했다. 사업은 지난 2019년 9월 기본계획에 반영한 뒤 2023년 6월 착공해 지난해 9월 공사를 마무리했다.

재이용수 사업은 황구지천으로 합류하는 소하천인 호매실천과 금곡천 상류에 방류구를 만들어 매일 최대 2만 5000t의 재이용수를 방류하는 것이 골자다.
황구지천으로 방류하는 하수처리수의 절반 이상을 소하천 상류로 보내 재이용하는 것인데 기존보다 10㎝ 정도 수위가 높아지는 것을 목표로 방류량을 정했다.
먼저 금곡동에서 시작하는 금곡천에는 2개의 방류구를 만들었다. 벽에서 물이 흘러내리는 형태로 상류 지점에서 재이용수를 방류한다. 재이용수는 금곡천 2.6㎞를 적시며 수생태를 풍부하게 만들고, 다시 황구지천으로 합류한다. 일 최대 1만 2500t의 물을 방류한다.

◇축구, 야구, 물놀이까지…주민 친화 상부 공간
황구지천 하수처리시설 상부 공간은 주민을 위한 체육시설로 가득 채워졌다. 상부 공간 체육시설과 편의시설, 수변공원 등이 마련된 총면적은 약 7만 7000㎡ 규모다.
97억 원을 투입해 인조 잔디를 갖춘 야구장과 축구장, 지역 주민들의 쉼터가 될 물놀이터와 잔디광장, 소규모 공연이나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야외무대를 갖췄다.

구기 종목용 체육시설은 관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호인이나 아마추어 선수들의 활발한 경기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축구장은 국제 경기를 위한 터치라인 길이 100m, 골라인 64m의 정식 규격으로 만들어졌다. 야구장의 경우 센터라인 106m, 파울라인 91m로 누구나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공원야구장'으로 조성됐다.
특히 야구장은 수원 야구 인재 육성의 기대감을 키운다. 지역 내 고교 야구부의 안정적인 훈련장과 동호회 경기 등의 활용 가능성이 높아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22일부터는 '2025 U-12 학생 야구대회' 중 초등부 경기가 열려 야구선수를 꿈꾸는 어린이들의 함성이 퍼질 예정이다.

시는 체육 및 주민편의시설에 지역 주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자 노력했다. 상부 체육시설 신설 계획을 수립하며 2019년 5월 호매실동과 금곡동 주민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주민의 의견을 반영했다.
물놀이장은 지역 주민의 요구를 반영해 설치된 대표적인 시설이다. 1082㎡ 규모의 공간에 커다란 배 모양의 조합 놀이대를 중심으로 안개가 뿜어 나오는 그늘막 벤치, 나비와 꽃 모양으로 만들어진 터널 등 시설이 여름철 물놀이의 즐거움을 더하도록 구성했다.
특히 상부 체육 및 편의시설은 계획 단계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을 준비해 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주 출입구로 진입하는 경사로부터 출입구, 바닥, 안내판 등이 모두 장애인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만들어졌고, 화장실은 물론 샤워실도 장애인 전용 공간이 배치됐다.
이재준 수원시장은 "황구지천 생태수자원센터는 서수원의 미래를 위한 필수 거점시설"이라며 "상부 공간은 서수원의 힐링 랜드마크가 되고, 생태수자원센터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향하는 이정표가 되도록 늘 살피겠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장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