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방 악성 미분양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을 15년 만에 다시 추진하면서, 과거와 같은 ‘공실 폭탄’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LH가 대거 매입한 미분양 주택 중 상당수가 여전히 빈집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윤재옥 의원(국힘·대구 달서구을)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LH가 2008∼2010년 매입한 미분양 주택 7058채 중 올해 2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공실 상태인 주택은 619채(8.8%)에 달했다. 분양 전환형 주택의 경우 5941채 중 551채(9.3%)가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했고, 공공임대 주택 1117채 중 67채(6%)도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영천시 A 단지는 2008년 LH가 매입한 60채 중 단 2채만 분양되고, 58채는 15년째 비어 있다. 대구 동구 B 단지도 2010년 LH가 매입한 128채 중 75채(58.5%)가 여전히 미분양 상태다. 이처럼 공실률이 높은 이유는 LH가 당시 시장성이 낮은 매물까지 무리하게 매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H는 한정된 재원으로 많은 물량을 사들이기 위해 저렴한 주택 위주로 매입했고, 이 과정에서 입지가 열악한 ‘악성 매물’까지 포함됐다. 실제로 공실 비율 상위 10개 단지 중 5곳이 읍면 지역에 위치해, 도시보다 읍면 지역의 공실 문제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방의 악성 미분양 해소를 위해 LH가 다시 매입에 나서도록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2만 1480채로 11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긴급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LH는 앞으로 6년간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 3000채를 매입해 분양 전환형(든든한 전세)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매입 가격은 분양가의 70% 이내로 제한된다.
이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미분양 주택 매입과 관련해 TF를 구성했으나, 현재 매입방식과 규모 가격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공실 확인은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LH가 값싼 매물 위주로 매입할 경우, 다시 공실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LH가 입지가 떨어지는 주택까지 매입하면서 오히려 공실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며 “실거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대책 없이 단순 매입이 반복되면, 또다시 ‘유령 아파트’가 양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