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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30개월 이상 소고기’ 강요하는 미국

오히려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 불신 발생 가능

  • 등록 2025.03.17 06:00:00
  • 13면

미국 정부가 지난 12일 오전 0시 1분(한국 시간 12일 오후 1시 1분)부터 수입 철강·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포고문에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그동안 무관세 쿼터제를 적용받아왔던 우리나라 철강업계가 큰 위기에 처했다. 그리고 이번엔 미국 축산업계가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조치가 불공정 무역이라며 규제를 철폐를 요구했다는 소식이다.(관련기사: 경기신문 13일자 5면, ‘美 축산업계 “韓, 30개월 이상 소고기도 수입해야”’)

 

기사에 따르면 미국 전국소고기협회가 “한국의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이 민감한 사안인 것은 이해하지만,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문제”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미국무역대표부에 제출했다. 한마디로 한국에 30개월 이상 소고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어달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30개월령 미만 미국산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처음엔 월령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2003년 12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자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모두 중단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앞두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를 협상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미국 측과 체결한 협정의 내용은 ‘뼈와 내장을 포함한 30개월 이상, 대부분의 특정위험부위를 포함한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30개월 이상 사육된 광우병 걸린 미국산 소고기 일부 부위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벨트-야콥병(vCJD)’ 위험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유모차를 몰고나온 엄마들을 비롯, 수십만 명이 참여하는 촛불집회가 5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넘게 이어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이 사태는 마무리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30개월 미만 소고기만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축산업계가 2008년 한미 합의를 통한 30개월 미만 수입 제한 규제를 철폐하라는 것이다. 중국, 일본, 대만 등도 같은 규제를 철폐했다면서 한국도 그렇게 하라는 압박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미 전 세계에서 미국산 소고기를 가장 많이 들여오는 나라다. 지난해 미국의 소고기 수출량은 99만7217t이다. 이 가운데 22.3%인 22만2171t이 한국으로 왔다.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에 이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국 행정부가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검역 규정을 개정하고 한국에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을 강요하고 나선다면 한미 간의 갈등이 거세질 수 있다.

 

우리나라 한우농가들의 우려도 크다. 전국한우협회는 12일 “미국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을 요구하더라도 국회와 정부는 농민의 생존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생각해서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강행한다면 이를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광우병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협회는 성명서에서 “한우농가는 4년째 적자에 허덕이며 한계점에 내몰려 있다”면서 ‘개월령’까지 철폐되면 더 이상 한우농가가 설 자리는 없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미국 축산업계는 “한국이 30개월 제한을 유지하는 것은 과거의 협상 결과일 뿐, 현재 기준으로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한우협회는 “미국에서 광우병은 모두 7건 발생했고 지난 2023년 5월에도 한 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허용된다면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히려 미국 축산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오히려 큰 것을 잃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트럼프정부가 인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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