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이 올해 1분기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 속에 건설사들이 분양을 미루면서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반면 서울 강남 등 ‘똘똘한 한 채’ 수요가 집중된 지역은 공급 희소성에 따른 집값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1만 2358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 5215가구)보다 65% 이상 급감했다. 이는 2009년(5682가구) 이후 16년 만에 가장 적은 분기 물량이다. 월별로 보면 1월 5947가구에서 2월 2371가구로 절반 넘게 줄었고, 3월도 4040가구에 그쳐 역대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기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1월 분양 물량은 388가구로 전월(4829가구)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2월(726가구), 3월(65가구)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전체 1분기 물량은 1179가구에 그쳤다. 서울 역시 분양이 거의 끊겼다. 2월에 482가구가 공급됐을 뿐, 나머지 두 달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처럼 분양 물량이 급감하자 시장 일각에선 “이대로 가면 인기 지역 집값이 다시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강남, 과천, 인덕원, 평촌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공급이 줄어들수록 희소성이 부각돼 가격 반등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는 “입지에 따라 분양 시장의 온도차가 뚜렷하다”며 “서울이나 경기 일부 핵심지역은 공급 부족 영향으로 집값이 반등할 수 있지만, 지방이나 사업성이 낮은 재건축 단지는 수요 자체가 적어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해 초 서울 강남 3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는 등 정부 규제가 다시 강화되는 분위기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최 교수는 “지방 분양은 규제에 더 취약한 구조라, 건설사들이 리스크를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2분기 이후에도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건설사들이 분양 시점을 연기하거나 선별 분양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 금리 동향 등 대외 변수 역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 인기 지역 단지는 가점이 높은 수요자들이 여전히 몰리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완판될 수 있다”면서도 “지방이나 중소 도시의 경우 미분양 우려가 커지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정책적 변수에도 주목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대출 규제 등 현 정부가 완화했던 정책들이 다시 강화될 경우, 실수요자들마저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 하에서는 실수요자들도 관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분양 시장이 다시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