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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돌고성] 폭싹 속았수다. 그러나…

 

4월 4일 드디어 윤석열 탄핵이 완결됐다. 탄핵 절차가 진행된 지 111일 만에 헌법재판소 재판관 전원일치의 결정으로, 비상계엄 선포 이후 4달 만에 비로소 헌정질서가 회복됐다. 헌재의 발표 소식은 전 세계로 타전됐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모두 톱기사로 보도했고, 영국 BBC방송은 기뻐하는 시민들의 함성이 마치 월드컵 우승한 것 같다고 했고, CNN은 생중계했다. 그만큼 대한민국의 소식이 세계적 이슈가 된 것이다. 실제로 21세기 들어서 전 세계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국은 극우파 트럼프 대통령이, 이탈리아의 총리도 극우파 출신이며, 아르헨티나에서도 극우적 지도자가 등장하였다. 튀르키예는 22년 독재 중인 대통령이 집권 연장을 위해 야당 지도자를 체포했다. 민주화의 모범국가인 대한민국의 계엄발동은 충격이지만 그것을 시민의 힘으로 2시간 만에 해제시켰고 사법적 판단으로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니 세계인의 부러움과 표상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과정은 험난했다. 야만적인 레거시 미디어의 공격과 막가파 같은 여당 의원들의 행태, 그리고 한술 더 뜨는 개신교 목사들의 저질스러운 망언과 이들에 세뇌되어 날뛰는 극우적 행동대 등 국론을 분열시키는 암초들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에서는 한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민주주의 국가군으로 추락시켰다. 즉, 선거만 자유롭게 보장되는 민주주의일 뿐 독재화가 여전히 진행 중인 국가라는 것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는 한국이 완전한 민주주의에서 ‘결함있는 민주주의국가(flawed democracy)’로 하향시켰으며, 미국은 핵산업과 관련해 민감국가로 지정했다. 우리도 다른 국가처럼 이렇게 무너지는가 싶었다.

 

실제로 어렵게 체포된 윤을 일개 판사와 검찰총장은 어처구니없는 방식으로 석방시키고, 경호차장 등 체포집행을 방해한 자들에 대한 영장 발부는 기각되는 등 하루하루가 살 떨리는 순간들이었다. 엄동설한 속에서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며 광화문 등 전국의 거리에 모인 시민과 결정을 촉구하는 시민대표단과 야당 의원들의 단식 등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면서 매일을 버텼다. 드디어 4일 헌재의 윤 파면 선언이 나오자, 서로를 부둥켜안았고 함성은 하늘을 찔렀다. 위대한 국민의 승리였고 다시 한번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이 증명되었다.

 

마침 TV에서는 인기리에 “폭싹 속았수다(수고하셨습니다)”가 방영되고 있었다. 6~70년대를 살아오신 어머니 아버지에 바치는 헌사처럼 우리도 그들이 넘겨준 나라를 이렇게 지켜내고 있음을 자랑해도 될는지. “폭싹 속았수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겨우 산 하나 넘었을 뿐이다. 윤은 파면으로 직위를 잃었지만, 여전히 대행을 통해서 위법적인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의 함께 역모를 꾸민 주요 종사자들과 협조자들은 아직도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일제 잔재의 청산은 고사하고 민주화 과정의 수많은 피해 사례와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청산도 못한 대한민국이다. 하물며 내란범들을 두고 어찌 민주주의를 논할 수 있으며 엉망진창으로 만든 나라는 또 어떻게 복구하려는가. 아직은 ‘수고하였다’고 자위할 때가 아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향한 노정(路程)은 끝나지 않았고 어쩌면 이제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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