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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프레임에 갇힌 사람들…여론을 움직이는 공직자의 ‘말’

150여 명 생명 앗아간 ‘이태원 참사’
책임규명 지연에 2차 가해 심각성 ↑
공직자 ‘입’ 통해 음모론·허위사실 확산
전문가, ‘허위 조작 정보 먹이사슬’ 분석

4·16 세월호, 10·29 이태원, 12·29 제주항공 참사까지 지난 11년간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가적 참사 뒤에는 늘 ‘음모론·가짜뉴스’ 등이 뒤따랐다. 한순간 가족을 잃은 유족과 생존자들은 상실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전에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와 끝나지 않는 싸움을 이어가야만 했던 것이다. 경기신문은 ‘허위 조작 정보 확산 먹이사슬’을 통해 끊임없이 반복·재생산되는 프레임에 갇힌 당사자들을 조명하고 원인과 해결방법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진실 뒤로한 피해자 향한 ‘주홍글씨’

② 여론을 움직이는 공직자의 ‘말’

<계속>

 

2022년 10월 29일, 매년 서울 이태원 열린 핼러윈 축제에서 150여 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이 유튜브 라이브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산되며 대한민국은 충격에 휩싸였다.

 

참사 직전까지도 인파 사고의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이나 접수됐고, 서울용산경찰서는 10만 명 참가 예상 보고서를 사전에 작성했지만 정작 사고 당일 인파관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이주영 작가의 아버지 이정민 씨는 경기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초기부터 요청했던 게 ‘정확히 조사해 누구한테 책임이 있는지를 밝혀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후속 조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일각에선 오히려 유가족과 희생자를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졌는데 이 씨는 그 중심에 ‘공직자의 말’이 있다고 지목했다.

 

 

실제 국민의힘 소속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지난 2022년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향해 “나라 구하다 죽었냐. 시체팔이 족속들” 등의 비하의 의도가 담긴 말을 SNS에 게시했다.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김 의원은 약 두 달 만에 “제가 공인인 줄 깜빡했다. 공인이 아닌 시절에는 그런 발언을 했다”는 해명을 내놔 빈축을 샀다.

 

이밖에도 공식석상에서 공직자들의 입을 통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음모론과 허위사실 등이 ‘따옴표 보도’로 확대 재생산되기 시작했다.

 

참사 발생 1년이 지났을 무렵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본회의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참사 현장에서 무려 300m나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있었다고 한다”며 음모론을 펼쳤다.

 

송 의원의 발언은 이태원 참사 발생의 원인에 마치 마약에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고, 유튜브와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집단 마약설’까지 제기됐다.

 

참사 직후부터 희생자와 유가족 등에게 계속된 2차 가해는 겨우 살아 돌아온 생존자마저 세상을 등지게 만들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조됐던 고(故) 이재현 군은 함께 놀러 갔던 친구들을 향한 오해를 적극적으로 해명하려 노력했지만 참사 46일째 숨졌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별들의 집’에서 만난 이 군의 어머니 송해진 씨는 “(참사 당일) 재현이는 친구들과 정말 오랜만에 만나 저녁까지 놀고 헤어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재현 군은 현장에서 구조된 이후 “(사람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연예인을 보러 갔네, 마약을 했네 이런 말들이 너무 화난다”고 송 씨에게 토로했다고 한다.

 

 

재현 군은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희생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댓글 발견할 때마다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하지만 한덕수 국무총리는 재현 군의 사망 소식에 “생각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들이 더 강했으면 좋지 않았을까”라며 생존자의 고통을 개인의 의지부족으로 치부해 버렸다.

 

송 씨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문제가 되는 (2차 가해성) 발언을 먼저 하는 경우가 꽤 많다”며 “(공직자의 말이) 상호작용하며 2차 가해의 범위나 내용이 더 커져갔다”고 밝혔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이같은 대형 참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2차 가해성 발언과 음모론, 따옴표 보도 등을 ‘허위 조작 정보 확산 먹이사슬’에 따른 사회적 현상으로 분석했다.

 

그는 “국고 보조금을 받는 정당의 정치인이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따옴표 보도를 통해 확대 재생산 되도록 만드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치인의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 경기신문 = 김한별·임혜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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