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 일직동 신안산선 제5-2공구 지하터널 공사 현장이 상부 도로와 함께 붕괴한 사고는 어이가 없다. 붕괴 우려로 작업이 전면 중단된 지 15시간여 만에 현장이 무너져 내렸다. 어처구니없는 대목은 붕괴가 경고됐음에도 근로자 1명이 고립되고, 1명이 실종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현장 안전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결과가 빚어지나. 그렇게 수많은 노동자를 희생하고도 우리 공사 현장이 아직도 왜 이 모양인가.
지난 11일 오후 3시 13분쯤 광명시 양지사거리 부근 신안산선 복선전철 제5-2공구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함께 붕괴하는 사고가 났다. 지하터널 내부 기둥에 균열이 발생하면서 지하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 50m가량이 무너졌다. 사고 초기에 근로자 총 17명 중 5명의 연락이 닿지 않았으나, 이 중 3명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안전이 확인됐다.
지하 30여m 지점에 고립돼 있던 굴삭기 기사는 구조대원들에 의해 13시간여 만에 가까스로 구조됐다. 그러나 지하 35~40m 지점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포스코이앤씨 소속의 50대 근로자는 15일 오전 현재까지 여전히 실종 상태로 생존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15일 오전까지 닷새째 이어진 실종 근로자를 찾기 위한 수색 작업에는 소방 당국을 비롯한 경찰, 시청, 고용노동부, 포스코이앤씨 등 유관기관 인력 300여 명, 장비 70여 대가 투입된 상태다. 소방 당국은 구조대원 7명을 투입해 내부 인명 검색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방 당국은 지하 20~30m 구간에서 실종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컨테이너를 살폈으나 이곳에서도 별다른 흔적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구조대원 3명을 투입해 해당 컨테이너를 살펴봤으나 토사만 가득할 뿐 그 밖의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당국은 신안산선 광명 구간 지하터널 공사 현장 붕괴 당시 “보강 작업을 시작하기 전 H빔을 지하로 내리려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노동자 진술을 확보했다.
신안산선 사고 현장은 붕괴 조짐이 뚜렷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전날부터 지하터널을 받친 기둥들에 금이 가고, 끼익 끼익 소리가 들린다는 작업자들의 신고가 들어왔다고 한다. 시공사가 공사를 멈추고 보강공사와 안전진단을 하면서 붕괴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채로 작업자들을 투입해 변을 당했다는 뒷말이다. 더욱이 사고 구간은 2년 전 감사원에서 지반 상태가 ‘매우 불량(5등급)’하니 유의하라고 경고했던 곳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시도 공사 전 환경영향평가에서 지반 침하 우려를 지적했다고 한다.
붕괴사고가 발생한 공사 현장은 지난해 4분기에 하루 평균 1600t의 지하수를 밖으로 퍼내면서 작업했을 정도로 열악한 작업환경이었다는 기록도 나왔다. 결국 현장 상황에 충분하게 대응할 대비책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됐고, 붕괴 조짐이 드러난 상황에서도 충분한 방비책 없이 노동자를 투입해 보강 작업에 돌입했다가 변을 당했다는 얘기가 된다.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안전의식’의 결여가 결정적인 사고 원인이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한국 건설산업은 세계 시장에서 ‘K-건설’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기술과 숙련도를 자랑한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선 ‘만년 산재 1위’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 ‘2024년 산업재해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 589명 중 건설업에서만 276명이 숨져 건설업은 사망자 수 기준 최다 업종(46.9%)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업에 종사자에게 여전한 야만적인 안전의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참담한 속사정을 그대로 두고 어찌 ‘선진국’ 타령을 할 것인가. 뭔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