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숀 옥상에서 백골 사체가 나타났다?!"
백골 사체가 나타난 건 낡은 맨션의 옥상이었다. 재개발을 앞두고 들뜬 입주민들 앞에 드러난 참혹한 진실. 그 순간부터 연극 '대한맨숀'은 관객을 누구나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가장자리로 끌어들인다.
극단 광대모둠이 선보이는 이 작품은 오는 26~27일 서울대회를 끝으로 대한민국연극제의 대미를 장식한 뒤, 5월 1일부터 11일까지 대학로 지구인아트홀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이야기는 반상회를 앞둔 낡은 대한맨숀의 옥상에서 시작된다. 백골 사체가 발견되자 입주민들은 충격에 휩싸인 채 옥상으로 모여든다.
사체 처리 방식을 두고 논쟁은 과열되고, 급기야 반장이자 무당인 윤정순은 굿을 통해 망자의 진실을 들어보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시작된 옥상의 작은 굿판. 원혼의 입을 통해 맨션 속 감춰진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그 속에는 이웃의 이기심과 위선, 말 못 할 욕망과 죄의식이 엉켜 있다.
'대한맨숀'은 단순한 미스터리극이 아니다. 사건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은 우리 사회 공동체의 축소판처럼 그려진다. 누구도 나서지 않고, 누구나 자기합리화를 한다. 진실을 감추려는 사람들과, 외면하는 사람들. 그 안에서 드러나는 것은 결국 '비정상의 정상화'가 만연한 현실이다.
작품은 빠른 전개와 강렬한 전환, 그리고 배우 11명의 앙상블로 밀도 높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극단 광대모둠 특유의 섬세한 무대 구성도 눈에 띈다. 그중에서도 굿 장면은 이야기 전개의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극 전체의 분위기를 이끄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다. 무속이라는 설정은 진실을 드러내는 장치로 극의 서사를 밀도 있게 이끌어간다.
작품은 연극이 끝난 뒤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이라면 신고하겠습니까?" 누구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선언은 연극 속 이야기를 넘어 관객 각자의 선택과 윤리를 되묻게 만든다.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시대에, '대한맨숀'은 그 불편함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웃음을 터뜨리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 싸해지는 공기. 이 극은 지금 이 사회의 민낯을 조용히 들춰낸다.
연극 '대한맨숀'은 5월 1일부터 11일까지, 대학로 지구인아트홀에서 공연된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